175만톤에 달하는 재고...고민 깊어지는 RPC

쌀값 폭락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넘쳐나는 재고에 대풍으로 산지가격이 하락하다보니 기준가격조차 설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져 전국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벼 수매를 시작하는 강원도 철원. 철원 동송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는 지난 18일부터 수매를 시작했다. 작황이 양호한 가운데 조작미 수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수매가격은 결정되지 않았다. 수매를 준비하고 있는 철원농협 RPC 역시 다음달 초로 예정된 이사회로 가격 결정을 미룬 상태여서 올해 쌀 수매 기준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해 동송농협 RPC kg당 수매가격은 전년대비 80원 하락한 1570원이었다. 올해는 현재의 쌀값 하락세를 감안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560원이었던 철원농협 RPC도 마찬가지.

이들 농협 RPC의 수매가격이 정해지지 못하다보니 이를 기준으로 삼는 전국 농협 RPC들도 가격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수매가격이 없어 판매가격을 정하는 일도 난항이 예상된다. 동송농협의 경우 수매가격을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재고물량이 많기 때문에 판매를 미룰 수 없어 시중가격을 감안한 40kg 한포 5만원 중반대에 판매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판매가는 6만원대였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양호한 가격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수매가격이 10%정도 높은 조생종의 수매가격의 하락은 만생종이 햅쌀로서의 혜택조차 보지 못하는 쌀값 연쇄하락의 신호탄이 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강원도 RPC협의회는 수매가격을 지난해의 80%를 우선 지급하고, 연말에 나머지 차액을 지급하는 사후정산제를 추진키로 의결했다. 높은 가격에 수매를 해야 하지만 시장상황과 RPC 경영여건 등을 감안해 일시불로 지급키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175만톤에 달하는 재고물량에 풍작까지 더해져 하락하는 쌀값을 마냥 지지하기에는 한계가 오고 있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특히 농협 RPC가 3년간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272억원의 적자가 추정되는 등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시장격리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수매가격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쌀 소비는 감소하는 가운데 재고물량 누적, 풍년 등으로 공급만 늘어 시장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농협 RPC가 수매가격을 내리질 못해 가격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이미 늦은 시점으로 판단되는 쌀 문제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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