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기반상실·부동산 투기 등 문제 투성이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중론’을, 농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급 협의회를 열고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쌀 생산량이 발표될 다음달 중순에 확정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현재의 농지를 가지고 계속 쌀을 생산하는 것은 농업인들에게 유리하지 않아 농업진흥지역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하듯이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국회서 열린 당정간담회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일제히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확대해 벼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농업진흥지역 해제 확대 추진 방침에 농식품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정간담회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진흥지역은 돈을 들여 보존해 온 땅”이라며 “농업진흥지역에는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이 있는데 진흥구역은 엄격히 관리돼왔고 해제하면 되돌릴 수 없는데다 통일 대비도 해야 하는 만큼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들은 당장의 쌀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농업진흥지역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것은 식량주권 기반을 상실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투기, 난개발만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최하위 식량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식량생산을 줄이기 위해 농업진흥지역을 줄이겠다는 것은 세계적 웃음거리”라며 “정부는 양곡정책 실패를 겸허히 반성하고 실질적인 쌀 문제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부동산투기 조장 대책을 내놓아 농업인들을 무참하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한민수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쌀이 아무리 남아돈다고 하더라도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식 정책 추진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부동산 경기 과열을 부추겨 부재(不在) 지주만 배불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도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식량자급률 달성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안도 미비하고, 해마다 생산면적이 빠르게 줄고 있어 이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풀지 않아도 3~4년 내에 재배면적이 70ha가 될 것”이라며 “생산면적을 조정해야지, 생산기반을 무너뜨려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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