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른 날. 시원한 바닷가 모듬터에 집결해 왁자지껄 먹고 마시며 노래 부르니 이 또한 농자의 대본이 아닌가.
  지난 22일 서해안 간월도 큰 마당에서 치러진 ‘2016년 충남축산인 한마음 대회 및 좋은 가축 품평회’는 이렇게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넘쳐나는 음식물에 푸짐한 경품, 1억8000만원 짜리 대형 트랙터를 비롯한 각종 축산업장비들이 전시된 속에서 각종 시식코너에서는 무료시식이 이뤄졌고, 장사치들의 걸쭉한 입담 까지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는 그야말로 난장을 키워 놨다.
  이날 대회 관전 포인트 중 3가지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중 으뜸은 조합원자격을 상실했어도 그냥 조건 없이 동참해 하루를 같이 즐기는 노령의 무자격조합원들의 순박한 참여의식, 다음은 큰 대회를 무리 없이 진행하는데 일조한 서산축협의 결속력, 마지막은 송아지 경품권이 엉뚱한 곳으로 넘어간 아쉬운 이변 등이다.
  개회식은 10시였지만 이미 축제장은 9시경부터 북적였다. 몰려드는 차량과 버스대열에, 이런 농업인축제에 꼭 나타나는 채칼장수, 낫장수, 약장수들은 대회분위기 고조에 양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음담패설 잡담에 촌노들이 아낌없이 5만원권 지폐를 척척 내놓으며 물건을 사주니 그들은 더더욱 흥이 났다.
  본격 개회식에 앞선 경품추첨에선 100만원 짜리 사료구매권 2장은 잘 넘어갔다. 그런데 침을 삼키며 이목이 집중된 400만원 짜리 송아지 경품추첨에서 문제가 생겼다. ‘서산 91번’ 3번을 호명해도 당첨자가 안 나타나자 결국 재추첨해 예산군의 다른 사람이 어부지리로 송아지를 타 기뻐 날뛰었다. 일시 장내는 술렁였다. 아쉬운 탄식도 이어졌다. “변소에 갔나”, “낫 장사 얘기 듣고 있나”, “아이구 아까워라” 괜히 엉뚱한 이들이 발을 굴렀다. 
  이날 보령축협과 홍성축협의 줄다리기 결선도 볼만했다.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에 오른 두 조합은 한곳은 전통의 거함이요, 한쪽은 근년 욱일승천하는 중견조합. 날카로운 신경전에 응원이 가열되면서 집단 패싸움 일보직전까지 같지만 원로조합원들의 중재로 경기가 이어져 홍성축협 우승, 보령축협 준우승으로 끝이 났다.
  이날 재작년까지는 엄연한 조합원이었으나 지난해 3.11 조합장선거로 무자격자로 전락된 비조합원들이 같이 나와서 하루 내내 텐트를 지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돋우고 또 응원을 펼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누가 저 순박한 조합원들의 자격을 박탈해 갔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편 이날 그동안 깔고 앉은 밭이 좋은 축복의 땅이었음에도 불구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던 서산축협이 모처럼 조합원과 직원들의 단결력을 내보이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점은 눈여겨 볼만 했다.
  서산축협은 그런 노력으로 화합상을 받았다. 이날 수상에는 이완섭 시장을 비롯한 자치단체와 의회 관계자들이 나와 농업인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모습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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