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대기업 삼성과 현대 사태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법석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 2개 그것도 일부 사업의 문제 발생으로 휘청거린다면 무엇이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농업으로 들어와 보자. 농업생산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농업이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일부의 대규모 농가인 대농위주로 발전하고 의존하면 할수록 작금의 삼성과 현대 사태 이상의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휴대폰과 자동차는 없으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필수품은 아니어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농축산물이 없으면 안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만약 소수 대농 의존으로 인해 먹거리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성은 국가 존립에 영향을 준다.
  20세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대량의 식량생산을 요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경지·가축의 규모확대, 생산성증대, 화학비료·농약 등의 화학자재 사용, 에너지 다량 투입에 의한 기계화나 시설화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이러한 농업의 규모화, 집약화 및 공업화는 인간의 생존을 기본적으로 보장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생산주도의 농업활동은 생태환경에 부하가 걸려 결과적으로 지구환경을 악화시키고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농촌사회의 기능 약화는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가져오고 도시의 과밀인구로 인한 심각성은 항상 사회불안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세계 10억의 인구가 기아상태에 있어 식량 증산은 농업이 해야 할 사회적인 책무이지만 농업의 집약화, 공업화 및 규모 확대와 같은 지금까지의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한 지구환경의 파괴나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돼 지속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다. 먹거리(농업)는 지역과 민족 등에 의해 그 풍토에 적합한 기술로서 생산되며 그것이 오랜 시간동안 축적돼 고유의 문화를 형성한다. 먹거리가 대규모로 균일화나 획일화된 상태로 생산되거나 특정지역에서 집중 생산되는 규모 확대 중심의 농업생산방식은 지역이나 국가 고유의 문화적인 다양성을 상실케 해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없게 만든다.
  농업의 3가지 역할 중 첫 번째는 인간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식량과 생활자재를 공급하고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연을 이용하여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기능을 개량하고 의식주에 필요한 자재를 확대·재생산했으며 지역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세 번째는 생물자원이나 생태계의 유지 및 관리, 지역의 각종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해 환경보전과 환경개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3가지의 역할은 상호 유기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이중 어느 하나가 붕괴된다면 같이 공멸하는 관계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농업에서도 규모를 확대해 조직화, 전문화, 집중화 및 균일화하면 농촌과 농민이 잘 살고 우리 고유의 농촌의 문화를 유지하며 발전 계승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농업도 분명히 일반적인 경제성장의 경우처럼 세계화나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과 전문화를 통해 크고(규모화), 높고(생산성) 빠른 성장이 보다 많은 풍요로움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전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으며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시 강조하자면 농업도 분야나 품목에 따라 규모확대, 경쟁력강화, 조직화 등의 모습으로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농업의 생산과정에서 석유나 각종 원료자재를 다량 투입해 많은 먹거리를 제공,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준다고 해도 앞에서 지적했듯 흔히 말하는 환경오염과 농촌붕괴나 문화상실 등의 인간성 파괴라는 극복하기 힘든 부산물을 남긴다면 냉철한 자세로 꼼꼼히 지금의 농업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농업의 근간이 ‘농업의 기본이 되는 토지를 소수의 대농에 집중하여 국제경쟁력에 견딜 수 있는 근대적 기계화 농업을 확립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농업이 수행해 온 다양한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삼성과 현대의 교훈에서 농업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성경일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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