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 붙은 데다 청탁금지법으로 선물수요마저 급감할 것으로 우려돼 명절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상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선물가액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한 번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고, 통상 거래금액이 선물가액을 웃도는 한우, 인삼, 화훼 산업은 이미 고사직전까지 내몰렸다.

농축수산업계는 그동안 청탁금지법을 강력 반대해 왔다. 선물가액을 정한 청탁금지법이 수입개방시대를 맞아 품질고급화를 주창해온 정책과 정면 배치되며, 오히려 저가 수입농산물의 판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농축수산업계가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농후한 게 사실이다.

특히 추석, 설 등 명절에 유통되는 농축수산물의 양이 전체의 40%가 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5만원을 넘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 번 꺼진 소비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농축수산업계는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강력 주장해 온데 이어 생산자단체별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한편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도 농어민들의 주장을 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농어민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청탁금지법을 강행했고, 첫 명절을 앞두고 있다.

정부도 농축수산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 포스)는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설 선물 수요 위축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참석자들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의 부담경감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대규모 농축수산물 할인행사,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 확대 유도 등의 노력을 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도 5만원 이하의 상품으로 구성된 ‘우리 농축수산물 모음집’을 발간하는 등 실속형 선물세트 홍보·판매 등에 적극 나서기로 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선물가액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 농축수산물의 원활한 유통을 유도해야 한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처방으로는 농축수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어민들이 최소한의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제에 농어업계와 공생하는 방향으로 청탁금지법이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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