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계-골재·건설업계 모두 반발
바닷모래채취, 예방적 접근 이뤄져야
어업인 생존권 직결···일몰시한이라도 마련해야

▲ 해수부가 EEZ에서 채취하는 바닷모래를 국책용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수산업계와 골재·건설업계가 모두 반발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5일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공노성 수협 지도경제대표이사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가 바닷모래채취를 국책용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관련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어업인들의 반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바닷모래의 채취를 줄여나가되 바닷모래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차기 해역이용협의부터 국책용으로 용도를 조정해나가는 동시에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브리핑에 대한 어업인들의 입장에 대해 들어본다.

# 바닷모래, 국책용으로 제한 추진

이날 브리핑에서는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키 위해 △바닷모래채취시 국책용으로 제한 △바닷모래채취단지가 산란·서식지로 밝혀질 경우 개발·이용행위 전면 중단 △채취해역 복원 방안 마련 △바닷모래채취 관리권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이관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수산자원감소에 대한 국회, 어업인들의 우려와 근본적인 제도개선 요구 등을 감안,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조사해 바닷모래채취량을 최소한으로 조정해나가는 동시에 바닷모래의 사용이 불가피 할 경우 바닷모래의 용도를 국책사업용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바닷모래채취단지에 대한 추가 어업피해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이 주요 어종의 산란·서식지로 밝혀질 경우 해당 수역을 보호수면 등으로 지정, 바닷모래채취 뿐만 아니라 개발·이용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더불어 기존 바닷모래채취 해역에 대해 연구조사 결과와 일본 등 외국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 해역에 적합한 복원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된다.

바닷모래채취단지 관리자로 해양환경관리공단을 지정토록 관련 법령 개정을 상반기중 최단기간내에 마무리 하는 동시에 해역이용과 관련한 사전협의를 강화키 위해 (가칭)해역이용평가법 제정을 조기에 추진, 바닷모래채취 관련 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윤 차관은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용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포함,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하겠다”며 “동시에 협의의견 통보시 부과한 이행조건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제도개선 TF팀을 통해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공감대 없는 일방적 발표

해수부에서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정작 이해관계자인 어업인과 건설업계 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터라 실현가능할 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 수협 등과 협의가 완료됐냐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협의하겠다”며 “올해 채취물량인 650만㎥는 그대로 시행하고 수협과 국토부도 이같은 안에 대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업인들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윤 차관의 설명과 달리 EEZ(배타적경제수역)바닷모래채취 피해대책위원회와 수협중앙회 등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없으며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바닷모래채취는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고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어업인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바닷모래채취의 영향은 100~200년이 가는 문제인만큼 사활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가 바닷모래채취를 강행할 경우 우리 어업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실력행사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EZ바닷모래채취대책위 관계자도 “바닷모래채취로 훼손된 해역을 복원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추산도 못한 상황에서 일단 파고보자는 게 해양환경을 보전해야하는 해수부의 입장인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적어도 바닷모래채취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파악되고 난 후에 바닷모래채취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우리 입장은 국책용인지, 민수용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사채취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골재·건설업계도 이번에 발표된 안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재업계와 건설업계는 그동안 골재물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해왔기 때문에 EEZ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를 국책용으로만 한정할 경우 골재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반발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날 발표된 방안은 국토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방안으로 추후 논의과정에서 국토부가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일몰시한이라도 마련해야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바닷모래채취를 완전 중단할 수 있는 일몰시한을 마련, 골재수급방안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수부가 국책용으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언제 중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바닷모래채취 문제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업계간 강대강 대립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안군에서 바닷모래채취로 발생한 수익이 200억원 남짓한 수준이었는데 해안침식이 발생해 복구비로 5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환경문제에 있어 ‘예방적 접근’을 기본 방침으로 두는 것은 한번 훼손될 경우 이를 회복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곧 전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나 골재업계, 건설업계는 모두 경제성, 경제논리 운운하면서 바닷모래채취가 불가피하다고 피력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반면 해수부는 국토부가 고민해야할 골재수급문제까지 대신 걱정해주는 등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국토부가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업계간 강대강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골재수급 등의 문제로 바닷모래채취가 필요하다면 환경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실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한 채취를 하더라도 몇 년 안에 중단시킬지 구체적으로 일몰시한을 설정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