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란 무엇인가? 법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헌법이 최상위법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었다. 그게 전부였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헌법을 위반하고, 헌법 수호의지가 없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하기 이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순간 대통령의 특권을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이 됐고, 그 결과 지난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게 헌법이다.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지금 개헌에 대한 갑론을박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정치권이 하는 얘기는 권력구조와 관련된 내용이 핵심이지만, 30년 만에 헌법 개정 얘기가 나오니까 부문별로 좀 더 구체적 내용을 담은 토론회도 열리고 있다.

헌법은 최상위법으로 선언적 의미가 강하지만, 그 내용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상당히 많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농어업 관련 부문만 보더라도 “제121조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있다. “제123조 ①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②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⑤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아주 구체적이다. 다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규정만 담고 있지 않을 뿐이다. 처벌규정은 하위법에 담도록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농어업ㆍ농어촌 관련 내용이 충분할까? 현행 헌법은 농어업ㆍ농어촌 관련 시대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30년 전에 개정한 헌법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1987년에 헌법이 개정된 이후 지구촌시장이 하나 되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가 펼쳐지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했고, 관세를 철폐하는 FTA(자유무역협정)도 무차별적으로 체결됐다.

유럽 등 농업 선진국들은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농정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ㆍ농촌은 단순한 식량생산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농업ㆍ농촌은 일터이자 삶터이고 휴식공간이다. 농업ㆍ농촌은 농업인만이 아니라 농촌주민, 도시민 모두가 누리고 지켜야할 소중한 공간이다.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농업인과 도시민 모두가 가꾸고 소중함을 느낄 때 유지되고 보존된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어느 순간 농촌을, 전국토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진전될수록 농업ㆍ농촌을 지키는 노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개정될 헌법에는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일 헌법의 소중함과 그 의미를 실감했다. 그리고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도 다졌다. 농업ㆍ농촌의 가치는 수입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헌법에 담아 농업과 농촌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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