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울타리에 핀 장미는 아름다운 것이고 소똥 속에서 사는 쇠똥구리는 더럽거나 징그러운 것이다.’라는 심미적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틀을 깰 때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상이 들러난다.

‘저렇게 지저분한 소똥 속에서 사는 쇠똥구리가 병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지?’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연구는 쇠똥구리가 소똥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코프리신이라는 항생물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염증 치료제와 주름개선 화장품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사람의 염증성 장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게 됐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견인하는 주인공으로서 곤충이 세상에 다시 등장하는 순간이다.

사실 인간이 곤충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한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동물의 역사(Historia Animalium)’에서 “매미 유충은 껍질이 벗겨지기 전 가장 맛이 좋다”고 한 것처럼 곤충의 전통적인 가치는 식용이었다.

이렇게 어엿한 식량자원이었던 곤충은 농업과 축산업, 어업의 발달로 다양한 단백질원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랬던 곤충이 최근 다시 인류의 주요한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의 연구들은 곤충이 다른 식량자원에 비해 전혀 뒤질 것 없는 육식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식·의약 소재까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곤충의 무한변신은 농업환경 변화, 정책지원, 소비확대라는 세 가지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첫째는 인구증가, 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식량자원의 개발’이라는 시대적 요구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이번세기 들어 식량안보, 환경오염, 인구 팽창, 동물단백질 가격 상승, 중산층의 단백질 수요 증가 문제가 떠오르면서 기존의 가축사육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의 필요성이 긴급히 요구돼 왔다”며 “식용곤충이 환경과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농식품의 미래성장 산업화’라는 국정과제 주요 분야로 곤충산업을 인식하고 이를 제도적,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곤충·양잠·양봉 산업 육성을 위한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중에 있으며 곤충 자원을 식품 및 건강기능성식품원료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2014년 이전 등록된 식용곤충 3종과 작년에 등록된 4종 등 7종의 가공적성 연구와 항혈전, 혈행개선 등 기능성을 구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유용단백질 증진 기술, 음료, 스낵 등 산업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곤충산업 육성을 위해 농진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융복합과제인 ‘TOP5 융복합 프로젝트’ 사업의 한 축으로 선정하고 곤충 이용 식품 및 의약 소재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째는 곤충산업의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국내 곤충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곤충과 양잠, 양봉 산업을 포함한 곤충시장은 2015년 1조원에서 올해는 1조2000억원, 2020년에는 1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산업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소애가 식용이나 사료가 되고 꽃벵이와 왕지네가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의 원료가 되고 있다.

뉴욕에서 펄럭거린 나비의 날개 짓이 베이징에서는 태풍이 되듯이 한 마리의 쇠똥구리에서 시작한 곤충산업의 날개 짓이 농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도약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미래 식량자원으로, 고부가가치 식품 및 의약품 개발의 원료로서 곤충들의 날개 짓과 꿈틀거림이 봄 빛 만큼 싱그럽다. 바야흐로 곤충의 전성시대다.

이진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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