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지방농정시대 과제]

# 지역·다양성시대…유통·소비처 변화 대응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시장경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나 지역과 다양성 중심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최저가가 곧 경쟁력이라는 폭력적인 글로벌 시장원리 외에 관계 시장을 기초한 로컬푸드 등과 같은 원리도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의 농업과 미국, 중국 등의 농업의 상황이 다를 뿐 아니라 제주와 대관령, 도시근교에서도 지역 간의 차를 보이는 것을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농정은 지역 간의 ‘다름’을 인정함과 더불어 다름을 입각한 ‘지역농정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역농업은 근대화 이후 사람, 즉 농산물을 소비할 ‘입’들이 도시에 몰리게 되자 유통 및 소비처를 거주 인구가 많은 도시 내 도매시장과 대형마트로만 고정해 왔고 이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과 이마트 등과 같은 도시의 대형유통시장에서 지역 간의 치열한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가 저성장·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유통과 소비처의 포커스를 다시 ‘우리 동네’로 돌려야 한다.

지역농정의 시작은 우리 동네 소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우리 동네 농업인들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하는지 파악하는데서 시작된다. 지역 내 소비자와 농업인 간의 균형점을 우선한 후 지역에 반출·입 되는 농산물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먹거리는 ‘생산-소비-유통’의 순환을 경제·사회·환경·공간적 측면과 연결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지역에 필요한 기획력·역량 확보 최우선 

장민기 (사)농정연구센터 부소장

지역은 농업·농촌의 주체들이 발휘하는 창의·혁신의 발현처이다. 특히 미래의 농업·농촌은 지역마다 각각의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때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농정의 최우선 과제는 지역의 필요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획력과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지역농정을 기획하고 추진할 전문 인력을 채용하거나, 중간지원 기구를 마련해 지역의 역량을 집중하는 지자체들이 있다. 또한 지방농정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시도될 수 있는 기회와 통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지방농정은 또한 지역 내의 다양한 농업·농촌 주체들을 모을 뿐 아니라 농업이외의 영역과도 협력을 이끌어 내는 네트워킹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농촌·농촌사업이라는 좁은 시야가 아니라, “지역”의 시야에서 농업·농촌의 과제들을 만들어갈 때 보다 풍부한 현실문제의 해결책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중앙농정도 혁신의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메뉴”를 지역이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필요에 의한 다양한 시도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 지역공동체 복원·농어민 농정참여 강화 

정기환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

지역에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높다. 중앙에 권한과 자원이 지나치게 집중돼 국가 활력은 떨어지고 지역은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방자치 20년의 성과는 초라하다. 국세 의존율은 80%로 높고 지방재정자립도는 52%까지 떨어졌다. 도시는 토지·주택·교통·환경이 열악하고 농촌은 사람과 일자리, 교육·의료·복지·문화가 부족하다.

현재의 국가운영 시스템으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성장?고령화?양극화뿐만 아니라 도시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도시와 농촌의 부족하거나 풍족한 사람과 자원을 선순환하는 국가 뉴딜전략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5060세대의 안정적인 농어촌 이전을 지원하고 사회적 관계망의 재구축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설계주의농정을 지역자율농정 체계로 바꿔야 한다. 국가 사무비율이 80%로 지역자율에 한계가 있다. 중앙농정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고 중앙부처간, 중앙과 지방정부의 소통과 협치를 강화해야 하다. 국가 사무의 법정수탁 사무화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농어민의 농정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 '주민참여농정'위한 인프라·시스템 보완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농업계에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농촌지역개발을 중심으로 한 ‘상향식 농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향식 농정이란 해당지역의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굴, 기획하는 ‘주민참여형 농정’을 말하는데 업계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이를 추진키 위해서는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인프라 측면에서 상향식 농정 도입은 지역의 농민단체들 뿐 아니라, 시군의원, 지역공무원이 함께 참여해야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역량계발이 우선 돼야 한다. 먼저 농민단체들은 근대지향적인 자조적 협동훈련을 강화해 이권으로 인해 난립된 목소리를 모아나가야 한다. 또한 지역공무원들은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정책기획개발 및 평가에 대한 연습과 훈련에 집중해야한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자체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농식품부는 2010년부터 포괄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사실상 정부기조에 따른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꼬리표를 달아놨기 때문에 상향식 농정마련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가 얼마 만큼의 재원과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지 결정함에 따라 지자체의 자체사업인력과 재원의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