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설날을 2주 앞둔 2019년 1월 22일 저녁. 명절 대목시장에 맞춰 재배중인 파프리카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농장을 둘러본 김미래 농장주는 콘트롤 박스의 스위치를 올리고 김제 시내에 있는 집으로 퇴근한다. 그날 밤 김제에는 미처 예측 못한 50cm의 폭설이 내렸고 이로 인해 김제 지역 하우스의 90%가 파손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TV속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김미래씨의 내일로 농장은 피해가 전무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김미래씨의 내일로 농장은 2016년 스마트 팜 시범농장으로 선정됐고 2018년 하반기 농촌진흥청 등 국내 기술진이 구축한 2세대 스마트 팜 기술을 시범 적용한 선도농장이었던 것이다. 2세대 스마트 팜 기술은 빅 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을 활용해 최적의 작물 생육상태를 관리 할 뿐만 아니라 기습적인 폭설과 같은 기상재해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자 시스템 스스로 내부 온도를 올려 눈이 녹아내리게 했던 것이다. 1세대 스마트 팜은 설정한 대로만 움직인다면 2세대 스마트 팜 기술은 말 그대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똑똑한 스마트 팜이었던 것이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소개된 4차 산업혁명은 이세돌과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관심이 증폭됐다. 드론 택배, 무인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생활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는데 그 핵심기술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 조합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에는 어려운 일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수행하고 인간은 여유롭고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인간이 예속되거나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국제노동기구의 경고처럼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도 과학기술은 늘 기대와 우려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폭발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우리 농업은 고령화, 노동력 감소, 소비자의 수요 다양화 등 어려운 현실여건을 극복하고 제2의 녹색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방안과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농업적 활용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로봇을 활용한 파종·접목·수확·적재 등 농작업 자동화, 드론을 활용한 생산예측, 환경조절과 생육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팜, 소비자 구매패턴 데이터를 수집 분석을 통한 수요자 맞춤형 농산물 생산 등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농업적 활용은 아직 초보단계로 주변 첨단기술의 농업적 접목 방안 수립, 믿고 쓸 수 있는 기기의 표준화, 품질 좋은 데이터의 수집·분석 및 활용기술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정의는 초연결이다. 개별 주체별로 유사 중복 기술을 개발하는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 국가·공공·민간연구기관과 산업체, 그리고 농업인이 하나가 되어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고 기술과 지혜를 모을 때 비로소 효율성과 효과성이 극대화 될 것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진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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