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질병으로 축산업이 생존기로에 놓였다. 가축 질병발생에 따른 살처분과 매몰 등으로 축산업 종사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가축질병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축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 역시 갈수록 우려를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방역기간이 이달 끝나지만 질병의 불씨는 외부는 물론 내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산업의 발전은 고사하고 극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보다 철저한 방역과 사전 예방책을 강구해 현장에 즉시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편집자 주>

# 고병원성 AI 2003년 이후 겨울철 집중 발생

2003년 12월 10일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살처분보상금 458억원을 포함해 생계소득안정, 입식융자·수매 등으로 모두 874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면서 이듬해 3월 20일까지 102일간 지속됐다. 이후 2005년과 2009년 잠시 뜸했던 고병원성 AI는 2006년 11월 22일부터 다음해 3월 6일까지 104일간, 2010년 12월 29일부터 다음해 5월 16일까지 139일간 지속됐다.

겨울철에만 계속 발생하던 AI는 2008년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42일간 봄철에 발생하면서 살처분보상금 638억원 등 모두 1817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특히 2012~2013년 발생하지 않으면서 한 숨 돌렸던 AI는 기존 유형과 다른 H5N8형 AI가 발생하면서 2014년 1월 16일부터 2015년 11월 15일까지 장장 669일간 19개 시·군을 위협했다. 살처분보상금만 1772억원에 달했고 3364억원의 재정이 소요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같은 AI는 지난해에도 발생하면서 현장에선 AI의 ‘토착화’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가 하면 방역 부족과 질병발생에 따른 허술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13일간 1차 발생에 이어 11월 16일 전남 해남·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AI는 사상처음으로 H5N6형과 H5N8형이 동시에 발생해 그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살처분과 재정에 소요된 금액만 놓고 볼 때 2014~2015년은 1937만마리, 3364억원이었고, 2016~2017년은 3787만마리, 3804억원을 나타냈다. 올 연말 또다시 AI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AI 발생에 따른 피해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구제역 2014년 이후 3년 연속 발생

구제역도 발생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2000년 3월 24일부터 23일간 발생한 구제역은 소에서 O형이 발생, 수매 2428억원 등 모두 2725억원의 재정이 들어갔다. 2002년에는 5월 2일부터 53일간 이어져 보상금 531억원 등 1058억원이 투입됐다.

2010년에는 1월 경기 포천 구제역 A형 발생, 4월 인천 강화 구제역 O형 발생, 11월 경북 안동 등지에서 구제역 O형이 발생하면서 1년 내내 축산업계는 구제역 정국에 시달렸다.

특히 2010년 안동지역 돼지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이듬해 4월 21일까지 145일간 지속되면서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2조7383억원의 천문학적 피해를 입혔다.

이후 AI와 마찬가지로 2012~2013년 잠잠하던 구제역은 2014년 7월 23일 돼지에서 다시 발생해 15일간 영향을 줬고, 같은 해 12월 3일부터 다음해 4월 28일까지 무려 147일간 전국을 구제역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해에도 잔존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구제역이 전북과 충남에서 발생해 각각 3일간, 41일간 2개 시·도, 6개 시·군에 영향을 끼쳤다.

올해도 구제역은 충북 보은에서 지난 2월 5일 발생했고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록을 남겼다.

# 여러 유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특징 보여

최근 발생한 AI와 구제역은 여러 가지 유형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AI는 차량과 사람 출입이 빈번한 산란계와 오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구제역 역시 소 백신 일제접종 등으로 조기 안정을 꾀했지만 O형과 A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백신 수급 우려 등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AI와 구제역을 통해 드러난 주요 문제들로 방역인력 부족 등에 따른 살처분 지연, 철새도래지 인근 가금 밀집사육으로 인한 구조적 한계, 농장 차단방역 미흡 등을 꼽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농가에 대한 규제 및 인센티브 강화

농식품부는 AI와 구제역의 최근 발생 상황을 감안해 농장 단위 차단방역 강화를 위한 사육 규제를 강화하고 계열화사업자의 방역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농장과 감염 매개체인 차량 등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이 같은 규제 외에도 동절기 사육제한에 따른 시설 개선 등 축산정책자금 우선 지원, 긴급경영안정 및 축산계열화사업자금 우선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밀집지역은 중점 재발방지를 위해 농장 통·폐합과 이전 및 시설현대화를 추진하고 시·군별 최초 신고 농장은 평가액의 100%까지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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