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황 맞춘 새로운 백신정책 구축
생독백신도 논의대상에 포함시켜야

정부가 AI(조류인플루엔자) 백신 도입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가금단체들이 졸속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출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4월 정부와 지자체, 학계, 민간전문가, 백신관련업체,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총 39명으로 구성된 ‘HPAI 백신 TF팀’을 구축했다. TF팀의 운영기간은 이달 말까지이며, 다음달 초 최종 보고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검역본부는 지난달 12일 TF팀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이후에는 분야별 전문가들과 소회의를 수시로 개최,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한 백신접종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신 도입에 있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가금산업 종사자들이 의견을 피력할 기회는 지난 21일 열린 생산자단체 소회의 한번뿐이었다. 앞서 전체회의가 개최된 바 있지만 30여명이 넘는 회의인원 탓에 팀원당 발언권은 단 3분으로 제한, 충분히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가금단체들 사이에서도 백신도입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이지만 산업 전체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다음달 초 최종보고서 제출은 성급하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백신도입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정부와 가금종사자들간의 괴리감만 발생하고 있다”며 “백신정책이 AI 방역의 마지막 수단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 회장은 또 “외국의 백신정책 성패에 따라 백신 도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내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백신정책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도 “현재 정부에서는 링백신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산란계 650만마리 가량이 집중돼 있는 포천시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백신투여가 가능한 인력을 고려해 볼 때 백신투여만 2달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정부에서 백신도입의 목적으로 두고 있는 AI 발생 초기에 가금류에서 바이러스 배출을 최소화해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실험실 데이터만을 토대로 백신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 투입될 수 있는 구체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가금단체들은 사독백신이 아닌 생독백신도 논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은 “생독백신은 어떤 이유에서 제외됐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사독백신에 대해서만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막연히 안된다는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생독백신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등 생독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한모 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장은 “백신도입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최종 보고서 제출 기한을 늘리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산업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