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감대속 공익형 중심 개편…단계별로 시행해야
농업·농촌 다원적기능 수행…지급근거 명확히 재설정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으로 제기돼 농업계의 뜨거운 관심속에 논의되고 있는 농업직불제 개편. 전문가들은 공익형직불제를 중심으로 한 농업직불제 확대개편을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다원적 공익기능을 수행하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충과 함께 이러한 정책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농가의 상호준수의무도 보다 엄격히 규정하고 이행준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도 주문되고 있다. 즉 환경 및 경관, 생태보전형 국민의 농업이라는 공익형 직불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를 확보해나가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청년농업인직불제 도입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청년실업 해소와 농업·농촌 인력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차후 보조정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자칫 단발성 지원책에 머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중계를 통해 전문가들이 갖는 농업직불제 개편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임정빈 서울대 교수

▲ 임정빈 서울대 교수

국민적 공감대 속에 농업직불제를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한국형 농업직불제의 중장기적 종합개편(안)을 발표하고, 이를 단계별로 나눠 꾸준히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직불제 개편이 현행 9개 직불제 뿐만 아니라 농업보험제도, 긴급농업재해지원제도와 연계,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경영체가 자신의 특성에 맞는 메뉴형, 선택형 직불제가 가능하고 대농에 직불제가 대부분 귀속돼 농가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업직불제 확충은 국가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예산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 재정운영에서 농업예산을 이번 정부에서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농업예산은 14조 수준이라는 경직적 사고를 탈피하고 농업부문의 예산 확충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바람직한 농업직불제 개편이 가능하다.

먼저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되 국민의 농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원적 기능 농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 마련을 통해 신규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등 정치권, 정부, 비농업 부문, 그리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왜 공익형 직불제 중심으로 농정 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해 적극적 설득과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 즉 EU, 스위스 등 선진국과 같이 다원적 기능형 지속가능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실 국가 재정이 농업과 농촌에 투입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어진 14조 예산 한도 내에서 농업계가 알아서 개편하라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농업계 내부에서 예산 할당과 관련해 갈등과 내분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편 다원적 공익기능을 수행하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충과 함께 이러한 정책수혜를 받기 위한 농가의 상호준수의무(cross compliance)도 보다 엄격히 규정하고 이행준수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환경 및 경관, 생태보전형 국민의 농업이라는 공익형 직불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농업직불제 시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 첩경이다. 앞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농업직불제를 확충하고,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시에 농업조항을 독립적으로 신설해 농업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국가 지원의무에 대한 철학과 근거를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직불제는 그동안 시장개방, 농정개편에 대한 피해보상의 성격으로 지급돼 단순보조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농업직불제 지급명분으로서 피해보상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의 지속가능성, 지속적 직불금 지급을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수행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지급근거를 명확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관행농업의 환경에 대한 과부하를 감소시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무준수사항을 강화하고 농업·농촌에 대한 신뢰와 다원적 기능 수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직불제가 개편돼야 한다.

또한 쌀에 편중된 농지와 인력 등 농업 자원이 타작물에 적절히 배분될 수 있도록 품목단위의 직불제를 농지단위로 개편하고 시차를 두고 다양한 목적으로 도입된 직불제를 효율성과 통합적인 관점에서 단순화하고 목적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성도 크다. 또한 중앙정부, 지방정부, 농업인 등 주체별 역할을 구체화하고 의무준수사항의 수용가능성, 비용 등을 고려해 효율적 모니터링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 논과 밭 고정직불제는 농업자원의 쌀 편중현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논과 밭의 직불금 단가 차등을 줄여 농지관리직불제로 통합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보전 기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의무준수사항을 현재수준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지관리직불은 농가단위의 기본직불로 모든 농가가 직불금 수령을 위해 의무준수사항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친환경농업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등 현재 공익형 직불제는 통합해 다양한 활동별 혹은 프로그램별로 직불금이 지급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직불금 지급과 모니터링의 대상을 마을 혹은 지역단위로 하고 선택과 이행에 따라 가산으로 지급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 혹은 프로그램을 발굴해 마을과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조정,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쌀 변동직불제는 장기적으로는 농지관리직불로 통합이 가능하지만 이는 수입보장보험, 자조금 등 쌀 농가의 경영안정에 대한 자구노력이 전제가 돼야 가능하다.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는 현재 변동직불제의 쌀생산 유인을 줄이도록 생산중립화로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포함한 농업계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직불제 개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 혹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 토론회나 간담회 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 왔듯이 거액의 농가부채를 지고 있는 대농·전업농의 경영 여건은 물론 최근 22~23년 전 수준까지 폭락한 쌀값 문제 등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졸속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농연은 중장기 직불제 개편 요구사항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농업인-정부-소비자간 상호준수협약’의 기본 정신을 헌법 개정시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기존 쌀 직불제는 물론 도입 초기인 밭 농업직불제의 지원 틀을 유지·강화시켜 나감과 동시에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유지·발전시키려는 농업인들의 자발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형 직불제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업예산 확충,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 △쌀소득보전직불제 변동직불금을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전환 △밭농업직불제 고정직불금 인상 및 변동직불금(생산 비연계 방식) 지급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직불제 정비·확충 △청년농업인 직접지불제 도입·실시 등이 필요하다.

청년농업인 직접지불제와 관련해서는 지원 정책 대상이 일부 청년 신규 창업농이나 귀농·귀촌인에게만 국한된다면 정부가 의도했던 젊고 유능한 농업경영주의 성공적인 농촌 영농 정착이라든지 농촌 내 농업 관련산업 종사자(사회적경제, 협동경제 분야의 운동가·활동가 포함)의 성공적인 정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8년 제도 도입 초기 지원 대상이 500명에 불과해 농촌 내 청년 농업인들의 정착 수요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기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 정책을 통해 매년 1800명씩 유입되던 인원들의 상당수가 청년농업인 직접지불제의 혜택을 받기 매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승계 혹은 신규 창업 방식으로 진출하는 청년 농업인들은 농업기술, 농산물 유통, 농업금융, 6차산업화, 협동조합, 농업·농촌 정책 등에 대한 폭넓고 깊은 지식 함양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청년 농업인 직접지불금을 단순히 지급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청년 농업인의 성공적인 농촌·영농 정착을 위한 멘토링·지도 시스템을 어떻게 갖추고 운영하느냐에 대해 정부는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유지혜 청년여성농업인CEO연합회장

▲ 유지혜 청년여성농업인CEO연합회장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 농업인 직불금제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대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 월급처럼 생활보조금을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영농경력이 5년 미만이거나 새로 영농을 준비하는 청년농업인 중에서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농업현장에 있는 후계농, 귀농, 귀촌을 하고 있는 청년농부들에게는 아무런 해당사항도 없고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 청년농부들의 입장이다.

솔직히 농촌에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월 100만원의 돈을 주는 것보단 현재 농촌에 살고 있는 청년농부들이 잘 정착하고 그 청년농부들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방법이 더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청년직불제가 또 다른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농촌은 항상 일손이 부족하고 많은 인건비를 들여 인력으로 충당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농촌일이라고 하면 인력수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실상이다. 귀농이나 귀촌하려는 청년들이 있다면 현재 현장에서 농사짓고 있는 농가에 보내주고 그 농가에서 일정기간 일을 하면서 농사일도 배우고 기술도 익히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 있다고 생각한다. 호주의 우프라는 농장체험(일정시간 일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초기 자본 없이, 농사기술 없이 도전하기란 쉽지 않는 분야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시킨다는 건 어쩌면 도시와 농촌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만들 수 있는 아주 민감한 상황이 초래가 될지도 모르며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또 다른 분류의 청년농업인에게 역차별이 될지도 모른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현장에 농사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서 정부에서 제공되는 월 100만원과 농가에서 일부분 보전을 해서 지급하는 방법이 장기적으로 농업창업의 실패를 적게 하고 본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농부와 신규로 들어오는 예비 청년농부 서로에게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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