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지난 18일 “가능하다면 올 추석같은 어려움을 내년 설에는 농업인 여러분께 드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 사실상 추석전 청탁금지법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추석 전 청탁금지법 개정을 간절하게 원했던 농업인들 입장에서는 절망감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설·추석 등 명절에 유통되는 사과, 배의 비중이 각각 33~43%, 49~64% 등 전체 과일 유통량의 절반을 넘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실제 이 같은 유통량 감소로 인해 사과 배 재배농가의 소득 감소액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에 달해 연간 528억~153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첫 명절인 설을 혹독하게 경험한 농업인들이 추석대목까지 날려버릴 경우 그 피해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설 직후 농산물 판매실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백화점의 매출액은 20년만에 처음으로 역신장했고, 대형유통업체 역시 건강식품을 제외한 모든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하는 등 유통업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은 한우농가는 올 추석 대목까지 놓칠 경우 한우산업 기반 자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지난 설 직후 한우 축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20% 내외 감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지속된 가뭄에 이어 뒤따라 발생한 폭우, 폭염 등 자연재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계란 파동 등 그야말로 악재가 휩쓸고 간 한 해 였다. 여기에 더해 국내법까지 농업인들에게 시련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제정한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특정계층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업계의 피해가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무시한다는 것은 농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청탁금지법의 취지인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에 농업인들만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명절에 고마움을 주고 받는 미풍양속 또한 청탁금지법의 그늘에 사라지고 있는 씁쓸한 현실을 맞고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