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식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본부장

생명산업이라고 부르는 ‘농업’ 그중에 ‘쌀’은 참 오래 묵은 숙제이다.

쌀은 대다수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도 노임·소작료 등 결정 시 화폐기능을 하는 아이템이며 도시인들의 정신적 고향인 농촌과 농업을 대표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나마 밥 중심의 식생활의 영양적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현 수준 유지가 가능함에 감사할 따름이며, 쌀 부족으로 혼·분식을 장려하고 술도 못 담아 먹게 한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케이크, 떡, 빵, 면, 과자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해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0년 초반부터 ‘부가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해 가공식품, 브랜드화, 등급화, 지리적표시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초 생산물에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 가치를 중식 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생산, 유통, 소비 외에 가공 단계가 추가돼 ‘고부가가치’가 농업성장의 필수 항목이 된 것이다.

식품산업발전을 통해 우리 농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조성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이를 극대화 하고자 한다. 이곳에는 식품의 특성을 감안, 시제품을 미리 생산 해보는 ‘파일럿플랜트’, 식품의 유통, 보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패키징센터’ 등 지원시설을 갖추고 문을 연 덕분에 다른 일반 산업단지와 달리 분양·입주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9월 현재 11개 업체가 동시에 공사 중이다보니 오고가는 관계자들, 공사차량 등으로 시끌벅적하다.

가정 소비 외에 사업체 부문에서는 주로 떡, 도시락, 식사용 조리 그리고 술 등 전통적 소비에 의존하고 있는데, 연간 50만톤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클러스터에 쌀을 고부가가치 원료로 이용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입주기업 중 ‘네오크레마’에서 유기농 쌀을 분해, ‘올리고당’을 생산해서 유럽과 중국으로 수출키로 하는 계획이 산업통산자원부 주관 연구과제 (연구비26억원)에 선정됐다. 클러스터지원센터와 공동 연구 기간 중에 소요되는 쌀만해도 연 500톤 이상이며 실용화 되면 최소 연 2000톤 이상을 소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죽으로 유명한 ‘순수본(본죽)’ 에서도 노인이나 아이, 퇴원 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죽’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로 인한 쌀소비 확대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실온에서 1년 정도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해 전량 대기업에 ‘컵 떡볶이’로 납품해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과 ‘냉동 볶음밥, 나물밥’ 등을 생산해 대만, 스페인 등 8개국 대형 유통점에 납품해 연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도 식품클러스터로의 이전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 쌀을 소재로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가공식품 최전방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위치해서 쌀 소비 확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제 가을이다. 청명한 가을 햇살에 추수를 앞둔 우리 농민과 식품기업인들의 신바람나는 가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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