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태동한 푸드플랜은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로 식량의 국내생산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따른 위기가 대두되면서 양적·질적 측면에서 먹거리 공급을 달성해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외의 푸드플랜 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짚어본다.

# 먹거리 모순 의제화한 밀라노 엑스포
 

지속가능한 사회정의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먹거리정책은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구를 먹여살리기,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열린 등록박람회를 기점으로 본격 확산된다.
 

2000년대부터 주요 선진국들은 개별적인 푸드플랜을 수립·추진해 왔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는 2010년 ‘뉴욕 식품정책보고서’를 통해 농업생산, 가공, 유통, 소비, 소비후 처리에 이르는 먹거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뉴욕시 의회는 2030년까지 도시 식품생산을 뉴욕시의 우선정책으로 확립, 관련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는 2001년 먹거리헌장을 발표하고 2010년에는 먹거리 전략계획을 수립, 정책목표를 구체화했으며 프랑스는 2015년 국가먹거리 프로그램(PNA)을 통해 먹거리정책을 밝혔다.
 

이처럼 국가별 또는 도시별로 푸드플랜이 수립돼온 것이 세계의 먹거리 문제에 대한 의제로 확산된 것이 밀라노엑스포다.
 

2015년 열린 밀라노 엑스포에서는 전 세계의 10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굶주리는 반면 세계에서는 13억톤의 음식이 낭비되는 현실을 성찰하고 해법을 모색코자 했다.
 

엑스포에서는 단순히 전 세계의 식문화나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을 통합하는 지속가능성 개념과 먹거리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먹거리 체계 개념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따라서 엑스포에서는 글로벌 먹거리 문제에 대해 전세계 시민들과 정부, 국제기구, 기업, 시민사회가 먹거리를 모두가 누려야할 권리의 측면으로 보고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준수를 강조하는 밀라노 헌장을 채택했다.
 

허남혁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은 ‘밀라노 엑스포, 먹거리 정책의 시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밀라노 엑스포는 먹거리 문제를 푸드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주는 행사”라며 “엑스포를 통해 우리는 국가, 지역·지자체, 사회운동 차원에서 의미와 교훈을 새겨볼만하다”고 밝혔다.

# 37개 과제 제시한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협약
 

밀라노 엑스포에서는 밀라노 헌장과 함께 서울, 대구, 여수 등 국내 3개 도시를 비롯한 117개 주요도시가 함께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협약을 체결, 세계 식량의 날에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협약은 한 도시의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먹거리 체계가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전환돼야 한다는 방향성 하에 도시 먹거리 정책을 보다 통합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6개 부문의 37개 과제를 제시했다.
 

협약에서 제시된 과제는 △거버넌스 구축 △지속가능한 식생활과 영양 △사회적·경제적 형평성 △먹거리 생산 △먹거리 공급과 유통 △먹거리 손실과 폐기 등 6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지방정부의 먹거리 정책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
 

팀 랭 영국 런던대 교수는 먹거리정책협약에 대해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지역의 먹거리 공급사슬과 건강한 먹거리를 주어진 생태적 한계 내에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 모범사례 제시한 프랑스
 

푸드플랜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농업현대화법에 근거해 2010년 9월 국가식품프로그램을 수립했다.
 

프랑스 국가식품프로그램은 소비와 식품공급개선, 식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 개선, 프랑스 식문화 유산의 보전과 진흥이라는 4개의 축과 R&D(연구개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2개의 복합축으로 마련됐다.
 

먼저 국민 모두가 질좋은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취약한 상황에서도 보다 나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와 교외의 건전한 식습관 형성, 보건·의료시설에서의 식사개선, 노인영양개선, 교도소 식품공급 개선과 음식을 통한 사회복귀 촉진을 추진한다.
 

더불어 식품의 공급 부문을 개선키 위해 민관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식품의 질 개선을 추진하고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식품의 안전성 개선과 지속가능한 생산 장려, 음식 폐기물 감축 등도 병행 추진되며 청소년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식교육과 충분한 정보제공으로 식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개선하고 있다.
 

또한 2014년에는 누구나 적절하고 안전하며 영양많은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청소년 교육, 먹거리 낭비 억제, 먹거리의 지역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4대 과제도 채택했다.
 

이같은 원칙은 광역정부(레지옹) 차원에서 별도의 계획을 수립·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랑그도크-루시용 광역정부의 식품계획을 살펴보면 △유기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증진 △짧은 유통 확대를 통한 생산자·소비자간 관계 창출 △청소년 식교육 △외식·급식 식품공급 개선 △빈곤층 지원식품 공급개선 △소비자 정보제공 및 식문화 증진 등 6개의 전략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푸드플랜의 법적인 근거를 확보한데다 거버넌스 구축, 지방정부의 먹거리 계획 수립 의무화, 포괄적인 내용과 구체적 과제의 시행 등이 포괄적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속가능성·자원효율성에 초점 둔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2016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일의 영양과 푸드시스템’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열고 푸드플랜의 4대 주제로 영양과 기후, 순환, 혁신 등을 제시했다.
 

먼저 영양의 측면에서는 지속가능성과 건강한 식사가 이뤄지도록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줄이도록 하고 기후에 있어서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순환적 먹거리 체계와 함께 지역공동체의 역량강화와 시장의 혁신 등도 제시했다.
 

식품의 생산부터 전처리, 포장, 물류, 분산, 소비자, 폐기물 처리과정에 이르기 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과 회복력, 책임성, 다양성, 경쟁력, 포용성을 천명한 것이다.

# 지속가능성, 핵심가치 돼야
 

푸드플랜은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가치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남혁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먹거리 종합계획[푸드플랜],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해외의 푸드플랜 사례의 시사점으로 푸드플랜이 농업이나 식품산업뿐만 아니라 시민, 지역, 공동체를 포함하는 계획이어야 한다는 점과 지속가능성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푸드플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먹거리와 관련한 통합기본법에 근거해야하며 시민의 참여와 협의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푸드플랜은 먹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포괄적인 영역이 있다는 점을 감안, 푸드플랜의 수립과 추진에 있어 농업, 환경, 복지 등 여러 지역정책이 연계돼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농업농촌식품연구부 부연구위원은 ‘푸드플랜시대, 지역단위 푸드플랜의 방향과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푸드플랜의 목표는 ‘모두에게 건강한 먹거리’, ‘지역에서 농산물 생산’, ‘지역경제를 강하게’,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유지’ 등으로 요약된다”며 “특히 지역주민의 안전한 먹거리 접근성을 높여 먹거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 실행계획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농업·농촌·농식품생산체계의 재편, 도농 교류와 연대,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이 강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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