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생산비 절반도 못건져
렌더링 비용·수매 지원…계란산업 정상화 '시급'

“지금 현장에서는 계란 한 알에 50원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량이 워낙 많아 생산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해 답답한 상황입니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가는 최근 공급과잉으로 인한 산지 계란 가격 폭락에 깊은 한숨을 뱉었다. 생산비를 한참 하회하는 계란 가격에 계속해서 계란을 생산할 수도, 그렇다고 폐기해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란 가격 폭락을 두고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개당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83.7원이다. 100원 내외로 형성돼 있는 생산비에도 한참 못미치는 가격이다. 게다가 유통 현장의 실거래 가격은 고시된 가격보다 훨씬 낮은 51원 정도라는 게 농가들의 전언이다. 산란계 마릿수의 급증으로 계란이 적체되다 보니 계란 상인들이 농가에 DC(할인가격)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사육마릿수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사료 생산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1월 육추사료 생산실적은 4만4593톤으로 지난해 동월 2만8612톤 대비 무려 5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사료 역시 22만6983톤이 생산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과도한 산란 종계 입식에 따른 실용계 입식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상당수의 종계가 살처분됐고, 이에 따라 병아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입식마릿수를 늘린 것이다.

또한 살처분으로 인해 같은 기간에 병아리가 집중적으로 입식되다 보니 계란 역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역시 공급과잉에 한몫하고 있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산란종계 입식마릿수는 91만3000마리로 전년 대비 44.9%, 평년 대비 63.7%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종계 사육마릿수는 104만926마리로, 업계가 적정 사육마릿수로 보고 있는 70만마리보다 50% 가량 초과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산란계 사육마릿수를 이달에는 7821만마리, 다음달은 7339만마리, 오는 5월은 7306만마리로 지난해 대비 각각 41.1%, 31.4%, 27.1% 증가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계란 생산량을 추정하면 지난해 대비 14.9% 증가한 66만3000톤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키 위해선 산란계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가들은 산란 종계를 조기에 도태하고, 적정 수량의 산란 실용계를 입식하는 한편 계란 유통상인들은 과도한 할인 폭을 줄이고, 도계장은 산란 성계 도계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계는 계란가격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 역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산란계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계란 가격이 폭등할 때는 항공비를 지원하면서까지 계란을 수입해 오지만 가격 폭락 시에는 손을 놓고 있다”며 “농가와 생산자 단체가 자구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단기간이 이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만큼 렌더링 비용이나 수매 등의 지원을 통해 계란산업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