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흙의 날을 기념해 열린 심포지엄에서 흙의 경제적 가치가 1261조1093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오매스 생산, 영양소 공급, 수자원, 탄소저장, 폐기물처리, 생물 다양성 등을 근거로 한 수치에 따른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그만큼 흙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농업자원인 흙을 보호하고,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흙을 물려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음은 물론이다.

흙은 식량생산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수자원 확보,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지속성, 생물다양성, 오염정화 등 생태계서비스라 불리는 공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류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순환하게 함으로써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먹거리의 95%를 흙을 통해 제공받는다. 그런만큼 건강한 흙은 자연의 생명체가 살기 위한 터전이며, 우수한 농축산물을 생산해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흙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농업생산의 근간이 되는 땅이 병들고 있어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중 34% 가량인 10억명 이상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어 흙을 살리는 일은 더욱 시급하다 할 것이다. 한정된 면적의 농경지에서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흙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흙에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품질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토양질은 농업생산성 향상을 비롯해 물, 에너지, 기후, 환경생태계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조건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흙이라도 건강하게 가꾸고, 보전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과도한 토양이용에 따른 지력쇠퇴와 황폐화, 사막화 등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흙 사용의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토양침식, 유기탄소변화, 염류집적, 오염 등을 불러와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나아가 국가의 안위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흙 살리기는 시대적 요청이자, 우리의 사명이다. 초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건강한 흙이 필요하다. 흙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의 모태인 흙의 가치를 널리 공유해 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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