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길식 명소IMC 농어촌유산센터 대표/관광학 박사

 

춘분이 지나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봄이다. 남녘에서는 이미 꽃소식이 들려오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면 단연 산수유 꽃이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국내 산수유 수확량의 3분의1 가까이 재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수유농업 지역이면서 산수유 꽃이 아름다운 산수유 마을로도 유명하다. 특히 매년 산수유 꽃 개화시기에 맞춰 개최되는 산수유 꽃 축제에는 수 십만의 관광객들이 지천에 핀 노란 산수유 꽃을 보기 위해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을 찾고 있으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산수유 꽃 축제는 이름 그대로 산수유 꽃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산수유 꽃을 보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기록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관광객들이 산수유 꽃의 아름다움만 기억할 뿐 꽃을 피우기 위한 산수유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전통적인 농업시스템으로서 산수유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데 있다.

  산동지역에서 수확한 산수유열매가 고급 한약재로 잘 팔리던 시절에는 산수유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 산수유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대를 이어 가보(家寶)처럼 산수유나무를 심고 정성 들여 가꾸어왔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현재의 산수유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은 산수유 열매를 수확해서 시장에 팔기까지 열 번 이상의 손이 가는 고된 노동의 산물인 셈이다.

  천년을 이어온 산동면의 산수유농업은 원래 경작지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한 전통적인 농업활동에서 시작됐다. 오랜 시간 주민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돌 틈과 바위, 마을 어귀, 산등성이에 심은 산수유나무는 주민들의 손길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확대되면서 현재의 산수유 마을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산동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에 불리한 지형조건이지만 지혜롭게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면서 고유의 삶과 지식체계의 전승을 통해 이른바 잘 경작된 문화경관을 형성하게 됐다. 과거의 산수유나무는 산동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학나무’였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산수유 꽃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 다른 ‘효자나무’가 되고 있다.

  산동면의 산수유농업은 단지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생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물종다양성의 유지에 필요한 생태계서식지 기능, 농촌지역의 전통적인 농업문화 전승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런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농업유산으로 보전하고자 지난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해 보전관리를 하고 있다.

  한때 ‘남자한테 좋은데’라는 광고 카피의 인기처럼 지금도 산수유는 한약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의 원료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산수유 꽃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은 산수유 마을에 오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건강해지길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정부 헌법개정안에도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만큼 전통농업의 보전과 관리는 우리의 사명이다. 바라건대 산수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산수유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산수유농업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산동 사람들의 삶과 문화까지도 사진에 담아가길 희망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엔 산동 사람이 산수유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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