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훈증제’ 높은 효과…선충밀도 줄이고 생산량 증대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식물을 건강하게 재배해 상품성을 높이고, 수확량까지 증대된다면 농업인의 소득도 함께 늘어난다. 이를 위해 농업인들이 병해충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작 땅 속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이나 선충에 따른 피해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토양병해충에 대한 낮은 관심과 토양처리에 따른 비용(기회비용 포함) 부담으로 체계적인 방제가 이뤄지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본지는 식물 재배의 근간이 되는 토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토양병해충 방제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 개회사를 하고 있는 최기수 본지 발행인

△주최 : 농촌진흥청·농수축산신문
△주관 : 농수축산신문
△일시 : 2018년 7월 11일 10~13시
△장소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 대회의실
△좌장 : 고영진 순천대 식물의학과 교수
△주제발표 및 종합토론 : 앤드류 호버스(Andrew Horvath) 아케마(ARKEMA) 글로벌 사업총괄, 이동운 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교수, 한용훈 천안시 농업기술센터 채소특작팀장, 고현석 경농 중앙연구소 주임연구원, 양규완 스미쇼(住商) 아그로코리아(주) 이사, 이재국 농과원 선충연구실 박사, 김익동 성주 참외농가
△정리 : 이한태 기자

# [주제발표1] 앤드류 호버스 사업총괄 ‘훈증소독 개관(Fumigation Overview)’

▲ 앤드류 호버스 아케마 글로벌 사업총괄

“선충, 토양질병, 잡초(Nutsedge/weed) 등의 방제효과를 비교했을 때 메틸브로마이드가 선충, 토양질병, 잡초 등 전반적으로 방제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메틸브로마이드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서 많은 국가에서 사용이 중단돼 현재는 디메틸 다이설파이드(이황화메틸), 메탐소듐, 밧사미드, 팔라딘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방제효과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 등록돼 있는 팔라딘은 선충과 잡초(Nutsedge)에서 우수, 토양질병과 잡초(Weed)에서 보통의 방제효과를 보였으며 메탐소듐은 잡초(Weed) 방제에는 우수했지만 토양질병과 잡초(Nutsedge) 방제에서는 보통, 선충방제에서는 미흡한 효과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에 등록돼 있지 않은 1,3-다이클로로프로펜은 선충방제에는 우수했으나 토양질병과 잡초(Nutsedge/weed) 방제효과는 미흡했다. 클로로피크린의 경우 토양질병에는 우수했지만 선충과 잡초(Nutsedge/weed) 방제에는 미흡했다. 토양훈증제에 대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정된 토양에서 투자대비 높은 효과를 낸다. 또한 추가 농약을 통한 방제가 필요없어 농산물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어 많은 나라에서 쓰이고 있다.”

# [주제발표2] 이동운 교수 ‘한국의 토양해충과 선충’

▲ 이동운 경북대 교수

“국내에는 다양한 선충들이 피해를 주고 있다. 뿌리혹선충과 씨스트선충, 소나무재선충 등이 대표적이다. 방제 약제도 뿌리혹선충을 중심으로 이들에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뿌리썩이선충도 피해가 늘고 있어 방제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방제방법으로는 토양혼화처리, 생육기 중 관주처리, 토양훈증처리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농가에서는 훈증제 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 방법으로 액제를 이용한 생육기 중 관주처리, 정식후 처리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훈증처리는 대체로 처리 후 바로 멀칭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노지작물의 경우 경사면이 많고, 경지가 좁아 멀칭이 힘들다. 이에 따른 보완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선충방제를 위한 미생물 제제의 개발도 진행 중으로 살선충효과가 있는 미생물의 상업화도 기대되고 있다.”

# [주제발표3] 고영진 교수 ‘국내 주요 토양병해 발생 현황 및 방제전략’

▲ 고영진 순천대 교수

“식물질병의 경우 반은 지상부, 나머지 반은 지하부에 원인이 있다. 하지만 지하부 병은 눈에 띄지 않아 지상부에서 원인을 찾다가 뿌리가 썩고, 식물체가 시들어가야 비로소 지하부를 살피기 시작한다. 토양병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병원균 발생의 최적 조건은 습하고, 어둡고, 더러운 환경이다. 이는 토양 내 환경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토양 속에는 미생물과 선충, 병해충 등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토양내 병해충 자체가 없도록, 적어도 병해충의 밀도가 낮아지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방제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작 등으로 시들음병 피해가 심각한데 일반 약제로는 큰 효과가 없다. 또한 배추, 고추 등의 역병과 탄저병도 곰팡이병으로 심각한 피해를 준다. 연작지에서 뿌리혹병, 균핵병 등의 재발도 문제가 된다. 이 경우 토양훈증이 가장 효과적이다. 토양 내 재배작물에 따른 병해와 약제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 전문제품을 제대로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 [주제발표4] 한용훈 팀장 ‘오이 뿌리혹선충 방제방법 현장적용 실증시험’

▲ 한용훈 천안시 농기센터 팀장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농가에서 직접 재배하는 천안 오이 시설재배지 10동에서 뿌리혹선충 방제를 위한 현장적용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1처리구에서는 B약제, 2처리구에서는 S약제, 3처리구에서는 에탄올, 4처리구에서는 P약제, 5처리구는 무처리(태양열 소독)를 진행해 선충밀도와 수확량을 조사했다. 시험 결과 토양 300g당 뿌리혹선충밀도는 처리전 B약제 85마리, S약제 114마리, 에탄올 142마리, P약제 140마리, 무처리 139마리로 유사했다. 처리 2일후에는 모든 처리구의 뿌리혹선충이 0마리가 됐으며 무처리구만 135마리로 전과 유사했다. 작기가 종료한 후 B약제는 2825마리, S약제는 2240마리, 에탄올은 335마리로 뿌리혹선충이 증가한 반면 P약제는 여전히 0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처리구는 3만3450마리였다. 생산량도 무처리구 대비 전체 처리구에서 적게는 0.7%(B약제), 많게는 33.3%(P약제)의 증수효과가 확인됐다. 이를 통해 토양소독제 처리가 확실히 선충밀도를 줄이고 생산량을 증대시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분제형태의 소독제의 경우 가스가 발생해 위험하고 불편했다.”

# [주제발표5] 고현석 주임연구원 ‘토양관리 프로그램’

▲ 고현석 경농 중앙연구소 주임연구원

“최근 많은 재배지에서 연작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천시 농업기술센터 자료에 따르면 시설재배지 농가의 60% 이상이 5년 이상 재배지를 옮기지 않고 연속해 재배해 작물의 수량감소, 품질저하, 생육저하 등의 피해를 겪었다. 실제 연작으로 병해의 27%, 선충의 12%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토양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일본 아그로카네쇼의 경우 토양분석 서비스를 유로로 제공, 큰 호응을 얻으며 토양분석 전문 기관으로 신뢰받고 있다. 경농에서도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키 위해 2017년부터 토양분석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농가 요청시 현장을 방문해 샘플을 안전하게 채취하고, 토양 병해충 분석 결과와 함께 토양관리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전달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총 110건을 완료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가 축적되면 토양관리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종합토론]

▲ 지난 11일 농과원 농산물안전성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들이 플로워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규완 이사, 앤드류 호버스 사업총괄, 이동운 교수, 이재국 박사, 고영진 교수, 한용훈 팀장, 김익동 농가, 고현석 주임연구원

주제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토양병해충과 이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방제법에 대한 높은 관심이 토론장을 달궜다. 특히 토양훈증소독과 관련한 해외 사례, 천안에서 실시된 오이 뿌리혹선충 방제실험 등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미국에서 토양훈증제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얼마나 자주 쓰이는가를 묻는 질문에 앤드류 호버스 아케마 사업총괄은 “딸기, 토마토, 고추, 감자 등에서는 100% 사용되고 있다”며 “연작을 하는 경우 첫 농사는 팔라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기 사이가 좁을 때는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농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천안에서 실시된 실험과 관련해 실제 농작업자의 편의성을 묻는 질문에 한용훈 천안시 농기센터 팀장은 “실험에 사용된 처리제는 액제 3가지와 분제 1가지였는데 고온기에 하우스 안에서 살포를 하려니 분제는 가루가 날리고, 가스가 발생해 처리가 어려웠다”며 “액제 형태가 뿌리기도 좋고, 생력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지만 쏘일킹과 팔라딘은 냄새가 다소 불편해 환기 등을 실시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보다 효과적인 토양방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언도 있었다.

이재국 농과원 박사는 “토양훈증 처리에 있어서 토양의 수분, 처리시기 등 처리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외국에서는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처리토록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전담팀이나 전문업체, 관련 전문가들을 활용해 최적의 상태에서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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