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어종별 자원량 공개 "납득 어려워"
대중성 어종 자원현황 공개·캠페인 진행이 바람직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정부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국립수산과학원의 과학조사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4~5일 경북 경주시에서 ‘2018년도 수산자원회복 하반기 과학위원회’를 열고 우리나라 연근해의 수산물 어획동향과 과학적 조사결과를 논의하고 2019년도 어종별 자원회복 권고안을 확정했다.

수과원은 이날 확정된 자원회복권고안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수과원이 권고안을 해양수산부로 제출, 해수부에서 권고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수과원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국제NGO(비정부기구)들과 수산업계 학계전문가들은 수과원과 해수부가 국익을 이유로 수산자원과 관련한 정보에 지나치게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해수부에서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한·중·일 어업협상을 위해 수산자원량 등과 관련한 사안은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우리와 어업협상을 하는 일본에서도 어종별 자원량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수부가 수산자원량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서도 후진적인 행태다. 과학조사를 할 역량이 부족한 저개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원량 등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해수부에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 방안을 마련키 위해 TF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소비자가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자원량은커녕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권고안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의 수산자원관리정책은 자원량에 기반해서 수립돼야 하는데 지금은 국익을 이유로 자원량은 공개하지 않은 채 어업인이나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적인 판단은 차후의 문제라 하더라도 적어도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과학위원회의 권고사항은 공개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종석 MSC(해양관리협의회)한국사무소 대표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자원량부터 어획량, 회복계획 등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라고 지적하며 “수산자원의 현황은 해수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업하는 어업인과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의 문제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EJF(환경정의재단) 선임캠페이너는 “해수부에서는 수산자원량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진짜 국익에 반하는 행위는 문제를 감추고 쉬쉬하면서 문제를 키워나가는 것이다”며 “자원회복 권고안처럼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해수부의 정책적 판단이 가미된 자료만을 공개한다면 해수부의 정책적 판단이 제대로 됐는지 문제가 있는지는 어떻게 평가해야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수산자원 신호등체계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수산자원현황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적색등이 들어온 어종을 먹지 말라고 하면 국민들은 그냥 덮어놓고 그 말을 믿어야 하는 건가”라고 물으며 “환경단체나 시민단체가 해수부와 함께 해주길 원한다면 정보를 공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두현 WWF(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과장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취지자체가 어족자원의 감소현황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서 소비행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대중성어종이라도 자원현황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자원량은 국가간협상에 활용되기 때문에 자원량에 대한 공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에 있어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정보를 공개하는 범위와 형태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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