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업 생산량 '뚝'…미성어 어획비율 '급등'
어업인, 출어경비 이유로 미성어 남획
소비자, 남획된 미성어 별미로 즐겨
수산자원 고갈되지 않을 수 없어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최근 총알오징어 생산량이 급증하며 미성어 어획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생사료로 공급되는 참조기 미성어.

최근 미성어인 총알오징어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어린물고기 남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어린 명태인 노가리의 어획량이 급증, 명태의 상업적인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전례를 볼 때 어린 물고기의 보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어린물고기 남획실태를 살펴보고 어린 물고기 남획을 줄이기 위한 정책 대안을 짚어본다.

# 어획량 급감에 미성어 비율 ‘껑충’
연근해어업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부분의 주요 대중성어종의 미성어 어획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이 발표한 ‘어린물고기 남획실태 및 보호정책 연구’에 따르면 고등어 평균체장은 2015년 29.7cm에서 2016년 29.2cm, 2017년 28.8cm까지 작아졌다. 같은 기간 미성어 어획비율은 38.5%에서 47.1%로 높아졌다.

다른 어종도 비슷한 실정이다. 오징어의 미성어 비율은 2015년 14.9%에서 2017년 23.7%로 높아졌다. 갈치는 더욱 심각한데, 2007년 32.9cm이던 평균체장은 2017년 23.2cm까지 작아졌으며 미성어 어획비율은 대형선망업종이 92%, 저인망어업은 74%, 안강망 어업은 69%를 기록했다.

참조기의 경우 2016년 기준 미성어 어획비율이 안강망어업 93.8%, 유자망 어업 54.4%로 나타났다.

어획된 미성어는 주로 양식용 사료로 사용되고 있어 수산자원의 비효율적인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실장은 보고서에서 “어린물고기의 남획은 수산자원의 확대재생산을 원활하지 않도록 만드는 동시에 어획된 어린물고기의 이용이 수산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한다”며 “미성어를 보호했다면 돈 안들이고도 잘 자랐을 참조기 500마리가 1.5kg짜리 양식광어 3마리로 돼버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무분별한 어획과 배려없는 소비의 합작품
미성어의 남획은 기름값이라도 벌어보려는 어업인의 무분별한 어획과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는 소비행태가 만든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인들은 미성어 어획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출어경비를 조금이라도 메워보고자 무분별하게 어획한다.

실제로 동해의 한 어업인은 “어업인 중 총알오징어를 잡으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어업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겠나”라며 “출어를 했다면 기름값이라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잡아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업인이 조업경비를 위해 수산자원을 무분별하게 남획했다면 소비자들은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는 소비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총알오징어’를 검색하면 총알오징어를 ‘별미’로 소개하는 블로그들이 넘쳐난다.

국내 소비자의 잘못된 소비행태는 총알오징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소비자들이 알을 밴 수산물을 좋아하는 터라 알을 밴 조기로 만든 굴비는 최고가를 자랑한다. 또한 알탕과 명란을 즐기며 자연산 미성어로 만든 세코시(뼈째썰기)회나 갈치 미성어인 풀치는 별미가 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어업인들은 출어경비를 이유로 미성어를 남획하고 소비자들은 남획된 미성어를 별미로 즐기고 있으니 수산자원이 고갈되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 늘어나는 미성어 어획, 속도내지 못하는 정책
미성어 어획이 급증했지만 자원관리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대중성 어종의 금지체장은 수산생물 100마리 중 1마리가 산란을 할 수 있는 ‘최소성숙체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행 포획금지체장은 고등어 21cm, 참조기 15cm, 갈치는 항문장 기준 18cm, 살오징어는 외투장 기준 12cm 등이다.

더욱 문제는 양륙장에서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 어종 중 현재 TAC(총허용어획량)제도를 통해 양륙장에서 관리가 이뤄지는 어종은 고등어와 살오징어가 전부이다. 그나마도 TAC를 적용받지 않는 업종도 있어 양륙지에서의 제대로 된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TAC조사원들도 턱없이 부족해 지정된 양륙장조차 상시감시가 이뤄지지 못하는 곳이 많으며 조사원들에게 부여된 권한도 없어 현장 조사도 쉽지 않다.

2016년에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톤이 무너지면서 ‘엄격한 관리,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와 지원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신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포획금지체장을 군성숙체장 수준까지 상향조정해야한다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포획금지체장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특히 오징어를 비롯해 자원감소가 심각한 어종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내에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지체장 상향·수요 억제 병행돼야
어린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지체장을 상향조정하는 동시에 미성어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최소성숙체장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 주요 대중성 어종의 금지체장을 조속한 시일내에 군성숙 체장 수준으로 키워나가는 동시에 강화된 자원관리규정으로 범법자가 양산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혼획비율을 초과하는 어획물에 대해서는 판매금액의 일부만 어업인에게 지급하고 차액을 수발기금이나 국고로 환수토록 해 어업인에게 행정처분이 남발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시장에 의한 자원관리방안으로 미성어 수요를 억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성어가 남획되는 것은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사료 사용을 규제, 수요처를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제도를 조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어린물고기의 보호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구조조정과 불법어업근절에서 중요한 문제이자 양적 생산구조를 질적 생산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선결과제”라며 “포획금지체장을 상향하고 미성어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어획물의 양륙장소 지정 등을 통해 어린물고기를 엄격하게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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