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보·쌀 소득안정장치 '관건'

[농수축산신문=길경민 기자]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정부가 직불제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쌀 직불금이 농가 수취가격 향상에 기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시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20년 시행키로 한 공익형직불제도 쌀 직불제 폐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직불제 예산을 초과해야 하는데 쌀 직불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예산당국을 설득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업인들의 반발이다. 쌀 직불제가 쌀값 폭락 시 소득안정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만큼 소득불안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익형직불제 시행에 따른 충분한 예산확보와 쌀 직불제 폐지에 따른 농가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마련 등의 문제로 농식품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충분한 예산·소득안정 전제돼야

2018년산 쌀부터 적용될 목표가격에 대한 국회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달 말까지는 목표가격이 정해져야 다음달부터 쌀 직불금이 지급되는데 국회공전이 지속되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부, 농업인 등 어느 한곳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있다.

80kg당 산지쌀값이 장기간 19만3000원 선을 유지하자 ‘괜히 긁어 부스럼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농업인들도 그런대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직불금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정하는 목표가격이 시행령상 목표가격에 비해 높은 21만원 이상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실익도 크지 않은 쌀 목표가격설정에 연연하기 보다는 2020년에 도입될 공익형직불제에 농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이다.

공익형직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바꿔야할 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법률적인 뒷받침도 돼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예산확보와 농가소득안정장치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나 국회는 현재 쌀 목표가격 수준, 공익형 직불제 도입 여부, 재정규모에 관해선 국회 논의 중으로 아직 정해진 것도, 협의된 바도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공익형직불제 예산목표를 3조원으로 잡고 내부적으로는 2조3000억원을 편성한 후 국회심의과정에서 플러스 알파를 뽑아낸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쌀 직불제든, 공익형직불제든 상관없이 1조8000억원 이상은 안된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예산당국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농가소득안정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쌀 직불제 폐지를 공익형직불제 예산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받아들이는 게 농식품부의 분위기이지만 쌀값이 폭락할 경우 농가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설계한 공익형직불제에 따르면 0.5ha이하의 벼 생산농업인들에게는 일정소득을 보장해 주고, 그 이상 차등 지급할 경우 소득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와 같이 좋은 쌀값이 유지됐을 때를 반영한 설계로 풀이돼 쌀값이 폭락했을 때는 대책이 없다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필요

그동안 쌀 재배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해 줬던 직불제를 폐지하는 문제는 농업인들로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직불제가 폐지되더라도 농업인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정장치마련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에 수입보장보험,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산물의 수확량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농가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지 않도록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을 쌀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농가부담의 보험료가 발생하는데다 보장비율도 직불제에 비해 낮은 60~85% 수준에 불과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 보다는 쌀 생산량이 일정기준을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더 높은 실정이다.

쌀 직불제가 폐지될 경우 수급불안이 심화되고, 쌀값 하락 시 농가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직불제 개편 시 최우선 고려돼야 할 사항은 농가 소득안정장치이다.

따라서 당년 생산량이 예상 소비량보다 초과할 경우 작동되는 자동시장격리제가 제대로 된 소득안정장치이고, 이는 반드시 법률로 보장돼야 한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논 타작물 생산 지원사업도 지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쌀 생산조정제를 지속해야 생산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이 안정될 때 까지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농민단체의 요구에 김원일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은 “지난해 직불제 개편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논의 과정을 거치고 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는 개편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직불제개편협의회를 통해 소농의 기준, ha당 역진적 단가 체계, 상호준수수준, 직불금 단가 인상이 임대농에게 미치는 영향, 변동직불금을 없앨 경우 가격안정장치 대안, 타작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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