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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지위 양떼 몰며 힐링 넘어서 치유

기사승인 2019.03.08  16: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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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농업·농촌 '치유'의 공간으로 태어나다 - 네덜란드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치매노인·약물중독자·뇌졸중 재활환자까지 다양
매일 아침 고객 직접 픽업…치유농장으로 이상적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초지위에흩어져있는양떼들

3. 낮은 땅의 진심 '멧핫 톡'(Met Hart, Tog)농장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30분, 국토의 3분의 1이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서도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인 빔스터시에는 12ha의 초지에 양 120마리를 키우는 ‘멧핫 톡(Met Heart, Tog)’ 치유농장이 있다.

농장주의 아들이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가족들과 함께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얀 씨는 매일 아침 암스테르담에서 고객들을 데려 온다. 고객들은 다양하다. 신체·발달 장애 등이 있는 사람들부터 치매노인, 약물중독자, 그리고 뇌졸중을 겪고 재활중인 환자까지, 서로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멧핫 톡’ 농장은 이상적인 공간이다.

네덜란드에는 치매노인, 자폐아동 등 특정증상의 고객들만 이용하는 치유농장도 있는 반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농장들도 많다.

얀 씨의 하루일과 중 하나는 신체활동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트랙터에 이들을 태우고 농장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 농장전체를 트랙터로 도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리고, 비록 두발로 걸어 다니지 않아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초지 위에 흩어져 있는 수 많은 양떼를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됨직한데 이들이 단순히 구경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몸을 움직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얀 씨는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예를들면 트랙터 앞자리 탑승자는 초지안의 울타리 문을 여닫기 위해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게끔 한다든가, 트랙터에서 내려 양떼를 한쪽으로 모는 작업을 함께 하는 등이다.

많은 연구결과가 실내에만 머무는 것 보다 녹색의 환경이 만성질환의 악화속도를 더디게 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고, 농장의 환경은 이를 자연스럽게 실행하게 해준다.

신체활동이 가능한 고객들은 농장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해수면보다 낮은 간척지이기에 배수작업은 농장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비가 오면 진흙으로 막히기 쉬운 초지의 배수로 청소를 하는 것은 햇빛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농장내 작업실에서는 목재, 금속작업 등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다. 안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이에 대한 감사 또한 주기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또 농장에서는 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해서 정식트레이닝 과정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고객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네덜란드 대부분의 치유농장들처럼 ‘멧핫 톡’도 생산농장에서 치유농장으로 전환했다. 농장주인 아버지 얀시니어 씨는 원래 젖소농장을 운영했지만 네덜란드의 낙농업은 경쟁이 치열했고 넓은 땅을 이용해서 다른 것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 치유농장 붐이 일었고 얀시니어 씨는 지역의 치유농장협회에서 제공하는 2년짜리 교육과정을 마치고 2006년 치유농장으로 전환하게 된다. 마침 부인 마리엣 여사가 간호사인 것도 이런 결정에 한 몫을 했다.

당시 교육과정에는 인근의 100여개 농장 대부분이 참여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는 각 지역마다 치유농장협회가 있는데, 지역협회에서는 교육과정 제공뿐만 아니라 치유농장의 행정업무를 대신 해주고, 고객들에게 적합한 농장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행정업무를 대신해 주고 치유농장유지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주는 협회에 가입하는 것이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많은 도움이 된다.

▲ 아들얀씨와마리케여사와함께.

치유농장으로 전환한지 이제 만 12년. 아들 얀 씨는 이 농장은 농업생산을 위한 농장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양고기로 돈을 벌긴 하지만 양은 그 목적이 아니라 고객들을 위해 있는 거에요.” 원래 소를 키우던 농장을 양으로 바꾼 이유도 고객들이 덩치 큰 동물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농장수입의 80%는 돌봄 서비스로 정부에서 받는 복지예산이다. 토지대여비(39만7000㎡가 넘는 땅 중 11만9000㎡ 정도는 직접 사용, 나머지는 인근농장에 대여), 양고기판매, 인근에서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할 홉판매 등으로 나머지 20%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올해부터 농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 중 하나는 인근학교에서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받아 특수교육 및 농업교육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농장에 오게 되면 자격을 갖춘 교사 혹은 직원이 있어야 함은 물론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모든 농장이 아이들을 받는 것은 아니고 ‘멧핫 톡’ 또한 성인 고객만 받아 왔다.

하지만 이 농장의 드넓은 환경에 감탄한 지인을 통해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고, 마침 농장건물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선생님과 함께 농장으로 오는데, 텃밭을 가꾸고 농기계를 다뤄 보면서 소규모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객들은 물론 원하는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 네덜란드어로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라는 뜻의 농장이름처럼 얀 씨 가족의 고객들에 대한 진심어린 돌봄과 관심을 농장을 둘러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조예원 바흐닝케어팜연구소 대표]

농수축산신문 webmaster@aflnews.co.kr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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