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기 한국농어촌공사 지하수지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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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기 한국농어촌공사
지하수지질처장

지난 11일은 ‘흙의 날’이었다. 흙은 농업 생산의 근간이다. 국내 농업은 20~30년 전만 해도 수확량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시 됐으나 오늘날은 생산성뿐만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 자연환경과의 조화, 경제적인 합리성까지 요구받고 있다. 그중 농산물의 안전성은 국민의 관심이 매우 큰 분야다. 21세기 농업의 경쟁력은 신선도와 안전성이다.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안전한 농산물 관리를 위해서는 유통 및 판매단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생산단계에서 농지의 오염을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생산단계의 안전성은 병충해와 잔류농약, 그리고 관개수의 수질을 관리하는 데에 관심이 주로 집중됐다. 실제 농산물의 생산기반이 되는 농지에 대한 안전성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다. 이제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고 세계적인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지 오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다.

정부에서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해 토양 오염에 대한 조사와 복원사업을 활발히 수행해 왔지만, 최근 농지로 유입되는 주변의 오염물질이 증가하는 추세다. 축사 주변 토양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거나 광산에서 유출되는 유해물질, 중금속을 포함한 미세먼지 등으로 흙의 생명력이 상실되고 피해 농산물의 생산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농지 오염으로 최근 10년 동안 약 714톤의 농산물이 폐기됐으며 이는 꾸준히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는 농산물 오염이 대기오염물질, 관개수의 오염, 토양의 화학적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발달과 기후변화로 인해 토양 내 오염성분은 쌓이고 이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상시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말고, 미래에 발생될 변동성과 위해성을 예측해 정책 수립에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 후 대책수립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적인 차원의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토양오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오염된 토양의 복원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선진국은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토양 오염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물이나 공기를 항상 관리하는 것처럼, 토양에 대해서도 상시 감시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에서 토양에 대한 오염조사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이제는 토양의 오염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에서 나아가, 오염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상시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밑바탕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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