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주주조합, '시장운영권'에 입장차
청산조건이 쟁점
공동어시장 영업권 자산 인정
항운노조 미지급 퇴직금 지급주체·책임 불분명
현대화사업 지연 불가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부산시가 부산공동어시장을 인수, 공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동어시장과 주주조합이 술렁이고 있다.

주주조합에서는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에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공영화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는 입장과 시장운영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반대한다는 입장이 혼재돼 있다.

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의 쟁점을 짚어본다.

# 시장운영권 ‘이견’
공동어시장 공영화의 첫 번째 쟁점은 시장을 운영하는 문제다.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는 현재 대형선망수협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부산시수협, 경남정치망수협,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등 5개 수협이 가진 지분을 인수한 후 수산물 유통법상 위판장에서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른 도매시장으로 설립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부산시는 어시장 인수 이후 공공출자법인을 설립, 해당 법인을 통해 시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의 입장은 주주조합들의 입장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공동어시장으로 수산물을 위판하는 대형선망수협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서는 부산시가 공동어시장을 인수해 개설자의 지위가 되더라도 시장을 어업인이 운영하거나 적어도 시장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은 공동어시장의 최대 고객인만큼 출하주인 조합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형선망수협에서 별도의 법인을 설립, 시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역시 감천항에 위치한 공판장처럼 시설은 부산시가 소유하고 운영권을 별개로 하거나 조합에서 시장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시장의 운영을 두고 부산시와 주주조합간의 입장차가 극명한터라 향후 누가 어시장을 운영하게 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청산조건이 변수
공동어시장 청산의 또다른 쟁점은 청산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역에서는 공동어시장을 부산시가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3년에는 실제로 시가 공동어시장을 인수키 위해 어시장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한 결과 당시 공동어시장의 청산가치는 895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공시키로 했고 그 결과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9.42% 올랐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자산 중 건축물 등은 감가상각이 거의 끝난 터라 어시장 평가금액의 대부분은 토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시지가가 오르는 것은 어시장의 평가금액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부산공동어시장의 영업권을 자산으로 인정할지에 대한 것도 쟁점사항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에서는 공동어시장이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가며 형성해온 안정적인 영업기반 등도 자산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조합의 이같은 주장을 부산시가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 항운노조 퇴직금 누가 주나
항운노조 조합원에게 지급되지 않은 퇴직금도 공동어시장 청산에서 주요 쟁점중 하나로 손꼽힌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어시장의 양륙, 배열 등을 담당하는 항운노조원들의 퇴직금 미지급금액은 170억원에 달한다.

부산공동어시장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지급될 퇴직금을 전액 정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퇴직금의 지급주체나 지급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과거 산업재해와 관련한 소송에서 공동어시장은 항운노조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을 했던 선사들은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위해 일정금액을 적립해온 상황인터라 퇴직금 미지급금액에 대한 책임을 시장에 위판한 선사 혹은 선주에게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퇴직금문제가 꼬인 것은 과거 만들어졌던 지급방식 때문이다. 2000년 이전 입사자들은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을 퇴직금 지급기준으로 했다. 10~12월은 성어기인터라 이 기간동안 항운노조원들의 소득은 비수기에 비해 2~4배 가량 증가한다. 이 때문에 항운노조원들은 성어기 직후에 퇴직을 해왔고, 결국 적립해둔 퇴직금이 모두 고갈돼 과거 퇴직자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항운노조측은 공동어시장을 청산하려면 미지급된 퇴직금을 모두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현대화사업 지연 불가피
부산공동어시장 청산논의로 인해 현대화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지난해에 본격화됐어야하나 현대화 사업예산 확대문제와 이주학 전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의 구속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시가 공동어시장을 인수, 도매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까지 이뤄질 경우 현대화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의 자산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주조합의 지분청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시의 공공출자법인설립, 인수자금 마련, 도매시장으로 설립 등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들이 많아 그만큼 현대화사업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의 한 관계자는 “어시장의 소유주가 바뀌는 상황에서 현대화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라며 “어시장 공영화와 관련한 논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현대화사업도 그만큼 지연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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