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재활용률 100% 육박...절차·분담금만 부과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제도 시행 후 재활용률 변화없어
기존 재활용조합 분담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 필요
복잡해진 절차로 잡음

내년엔 분담금 증액 우려도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이나 포장재의 생산자에게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는 2013년 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듬해부터 비료, 사료 등을 포함해 전품목으로 확대 시행됐다. 그러나 갑작스럽고 무리한 품목 확대로 각 분야별 반발과 소송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사료업계도 사전 설명과 홍보없이 시행된 EPR제도로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업체들은 부과금을 징수 당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지속됐다.

사료업계를 포함한 농업계는 포장재를 자원으로 인식, EPR 제도 시행 이전부터 100%에 가까운 재활용률을 보였고 때문에 EPR 제도 시행 후 재활용률의 개선이 아닌 복잡해진 절차와 분담금만 부과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선의조차도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축산업계에서 제도이행에 따른 잇점은 없이 오로지 업체와 업계에 부담으로만 작용되고 있는 EPR 제도에 대한 현상황을 자세히 알아본다.

 

EPR, 재활용률 높이기 위한 제도?

EPR 제도는 자원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사료업계에서 판매하는 사료의 포장재는 최소한 95%, 거의 100% 육박하게 재활용이 잘되고 있는 품목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사료는 주로 20kg단위로 비닐재질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한우 전업농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80마리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하에루 필요 사료량은 50여포 정도로 포장재를 농가가 직접 모아 수집업자에게 판매, 포장재로만 연간 7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축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EPR 제도는 법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재활용이 잘됐다는 것이 증명되면 이미 공제조합에 납입했던 재활용분담금을 돌려주도록 하는 제도인데 애초 재활용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품목에 제도를 적용해 혼선을 주는 것은 오히려 법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우리업계의 이런 주장을 환경부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준조세격 재활용 분담금만 늘어나  

농가가 자율적으로 재활용하는 현재 시스템을 버리고 EPR 제도대로 사료제조업자가 농가로부터 포장지를 회수하고 승인받은 재활용업체에 넘겨 재활용실적을 인정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료제조업자는 농가에게 그들의 부수입을 보전해 주고 포장지를 공장으로 회수해 승인받은 재활용업체에 운송해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재활용조합에 EPR분담금을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TMR사료업체의 한 관계자는 “TMR사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자에겐 오직 재활용 조합에 가입해 준조세와 같은 재활용 분담금을 납부토록 하는 부당한 강제행위가 법에의해 자행되고 있다”며 “이것은 EPR제도 자체가 의도하는 바는 아니겠지만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EPR 제도 시행에도 사료봉투 재활용률에 실질적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단미사료업체의 한 관계자도 “EPR 제도 시행 후 달라진 것이라곤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뿐”이라며 “과거부터 이어진 농가에 의한 자발적 재활용은 달라진 것이 없어 부담만 가중되는 꼴로 법의 실효성 뿐 아니라 당위성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재활용 분담금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지난해 말 농업계 포장재 분담금 관련 업무협의에서 생산자들의 이같은 주장들이 받아들여져 올해 농업계 단가 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하는 것과 관련한 적정성이 검토됐다. 이에 따라 올해 농업계 포장재 회수?재활용 분담금은 kg당 138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금액으로 동결 확정됐다. 이 사이 일반 포장재 분담금은 kg당 339원으로 지난해 대비 32원 상승했다. 문제는 2020년도 분담금 증액 시 농업계 분담금이 현행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 분담금이 오르지 않았다지만 농업계를 제외한 다른 업계의 분담금이 올라가는 것을 볼 때 내년도 분담금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시행으로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분담금에 대한 상승까지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농업계의 EPR 완전 제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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