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농업·농촌 '치유'의 공간으로 태어나다 - 네덜란드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9. 배우고싶은 케어팜 '파라다이스'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파라다이스농장은 1400여개에 이르는 케어팜이 있는 네덜란드에서도 다른 케어팜들에게 잘 알려진 농장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한국을 비롯한 다른나라에서 견학차 오는 관계자들이 많다.

네덜란드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케어팜들의 경우 농업보다 케어쪽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고,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대개 전업농에서 돌봄영역을 추가하거나 돌봄만을 위해 케어팜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파라다이스농장은 처음 농업 생산 없이 100% 돌봄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농업과 케어에서 반반씩 수입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어기관으로 유명한 농장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의 농업을 겸하는데, 하루 5000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9000마리의 닭과 고기 목적의 돼지 200마리, 소 30마리는 예쁘게 꾸며진 농장 건물들과 예상외로 좋은 조화를 보여 준다.

온실을 갖춘 1ha의 밭에서는 각종 채소와 과일을 재배한다. 여기에서 케어와 농업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농장을 찾는 성인 및 노인 고객들은 사회성이 좋고 침착해서 케어에 적합하다 알려진 파이어레드 종의 소를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

깨진 계란을 골라내고 채소밭에서 일하는 것도 주요 일과중 하나인데, 매일 아침마다 온실에서 일하는 한 고객은 불우했던 어린시절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금요일 오후에는 자폐 등 여러 증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와서 동물을 돌보고 뛰어 놀며 농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간다.

이정도 규모의 케어팜을 운영하려면 꽤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케어 고객들이 농장의 생산을 돕기도 하지만 그들을 돌보기 위한 전문인력도 필요할 것이다.

농장에는 사회복지, 간호, 동물관리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20명의 직원이 있는데 모든 것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직원들만으로는 힘들다고 농장주 캐롤라인 씨는 얘기한다.

자원봉사를 위해 농장을 찾는 60명의 인근 주민들이 고객들을 픽업해 오는 차량운전, 소형가구나 장난감 등 농장에 필요한 각종 물품제작 등 다양한 일로 빈자리를 메꾼다.

또 인턴쉽 같은 트레이닝 목적으로 농장에 오는 50명의 학생들 또한 소중한 인력이다. 트레이닝 기관으로 인증 받은 케어팜들은 이렇게 학생들과 일하면서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농장의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파라다이스 케어팜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데에는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만의 비법이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캐롤라인 씨는 고객들을 특별하게 관리하는데, 예를 들어 겨울에 해가 짧아지면서 우울증상이 심해지는 고객들은 아침마다 농장으로 꼭 오라는 전화를 받는다.

침대에서 벗어나 농장에 나오게 되면 자전거를 타거나 농장안을 걸어 다니는 등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서로 보완이 될 수 있는 증상의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게 신경을 쓰기도 한다. 캐롤라인씨 는 또 케어팜과 관련된 연구결과에도 관심이 많은데, 어떤 동물이 특정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 등을 꾸준히 챙겨 보고 이를 농장에서 활용한다.

연구기관과 협력해 케어팜의 성공요인 등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바흐닝언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남편 아이스브란트 씨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그의 직업은 농부들을 교육하고 특히 케어팜을 시작하고자 하는 농업인들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일이다.

파라다이스 농장도 업무 중 알게된 농장을 우연히 인수하며 시작했다. 직업상 수 많은 케어 농부들을 만났기에 케어팜 운영의 어려운 점과 좋은 점 등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지식들이 현재의 파라다이스 케어팜을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처음엔 케어제공만으로 시작했던 농장이 본격적인 농업을 병행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네덜란드에서 정부지원이 케어팜 분야의 초기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분명하지만 더 이상 정부가 지원하는 케어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캐롤라인 씨의 설명이다.

케어부문에 대한 전체 복지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외부요인에 따라 가격이 변화하는 농업생산에 비하면 정부의 케어지원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입원이지만,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이 아닌 케어팜으로서의 농장유지를 위해서는 꾸준히 여러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네덜란드의 이런 경험은 현재 케어팜 지원에 대한 법률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파라다이스의 과일과 채소들은 네덜란드 전역에 체인을 갖고 있는 유기농전문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여기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캐롤라인 씨는 케어의 품질뿐만 아니라 농업에 있어서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농장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처음 파라다이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캐롤라인 씨는 어린이 코치였던 예전보다 훨씬 만족스럽다고 한다.

‘왜 고객들이 파라다이스 농장을 찾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두가지를 꼽았다. 농장에 오면 모두가 진짜 가족같은 분위기로 지낸다는 것, 그리고 케어와 농업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케어팜에 정답은 없지만 이 두가지를 늘 생각한다면 그 농장은 성공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 제공]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