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송형근·이문예 기자] 

올 연말 한우는 소도체 등급판정 기준이 바뀐다. 개량에 있어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젖소는 앞으로 생애수명을 어떻게 확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변화하는 개량의 트렌드를 집중 점검해 봤다.

 

■소도체 등급판정 기준 변경에 따른 한우개량 방향 - 육질 등급 개량에 목표 설정
박미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농업연구관

최근 한우 생산농가에는 소득향상을, 소비자에게는 좋은 품질의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도체 등급판정 변경에 대한 협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 결과 한우 출하기간 단축을 유도하고 최적의 품질 수준을 유지해 한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고시됐다.

변경된 사항 중 한우 개량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볼 사항은 크게 육량등급 판정기준 및 육량지수 계산식, 육질등급 보완에 따른 등급별 근내지방도 범위 조정이다. 이전에는 성별, 품종에 관계없이 단일 육량산식으로 육량등급을 판정했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품종(한우, 육우), 성별(암, 수 거세)로 육량지수 산식 6종을 개발해 품종 및 성별에 따른 특성을 감안, 육량등급을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도체중이 크면서 정육률이 우수한 소의 변별력을 강화해 마리당 고기 생산량이 많은 소 도체가 좋은 등급을 받도록 개선한 것이다.

육질등급은 1++등급의 경우 근내지방도 8~9단계가 7~9단계로 확대·조정됐고, 1+등급이 근내지방도 6단계로 조정됐다. 출하 직전 2~3개월 동안 1++등급을 받기 위해 근내지방도를 높이는 육질 중심의 과도한 비육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근내지방도 외에 육색·지방색·조직감 등 타 항목의 평가기준을 강화해 고품질 한우고기를 생산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변경된 소도체 등급판정 기준에 따라 한우개량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변경된 소도체 등급기준에 따라 한우 씨수소 육량지수 및 근내지방도 유전능력을 평가하고 한우농가가 개량에 활용할 수 있도록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량지수식이 기존보다 정확해지고 현실화됐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육량지수 유전능력을 고려한 교배계획을 통해 도체중은 크면서 정육률이 우수한 소로 개량하기에 보다 유리해졌다. 또한 근내지방도 개량을 위해 이전의 1~9단계에서 1~27단계로 세분화된 점수를 이용한 평가모형을 개발해, 농가에서 육질개량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한우 농가에서는 보다 정확해진 육량등급 개량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농가 소득향상과 합일되는 지점의 육질등급 개량에 목표를 설정한다면 생산자·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한우개량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젖소 ‘생애생산성’ 높이는 쪽으로 변화해야 - 생애수명 확대 방향으로 개량
윤현상 한국종축개량협회 유우개량부장

1902년 젖소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 낙농산업의 우선적인 목적은 젖소 개량보다 증식에 있었다. 즉 송아지를 생산해 국내 사육마릿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낙농산업은 우유 생산보다 송아지 생산에서 얻는 수입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0년도 들어 젖소 사육마릿수가 50만마리 이상으로 증가하며 송아지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낙농수입 중에서 송아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면서 마리당 생산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정부에서 젖소개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우리나라 마리당 검정성적은 1992년 6676kg에서 2000년 8086kg, 2010년 9638kg, 2015년 1만289kg, 지난해엔 1만303kg으로 급증했다. 그러면서 국내 낙농산업은 세계 5위권의 검정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최근 낙농산업은 기준원유량 도입, 환경문제와 도시화에 따른 축산 규제 강화 등의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안정적인 낙농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점차 국내 젖소 개량 목표를 마리당 생산성 향상에서 생애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젖소들의 생산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생애수익성을 증대시키고, 후대축 사육규모를 감소시킴으로써 생산비를 낮추고, 사육마릿수를 줄임으로써 환경문제와 사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낙농선진국인 캐나다도 심사점수 중 유방 점수를 42%, 지제(다리 아래쪽) 점수를 28%로 확대해 생애수명을 늘리는데 개량목표 핵심을 두고 있다. 미국 또한 유전체 자료를 활용한 생애생산성을 높이는 유전형질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10년부터 마리당 305일 산유량 생산 경쟁을 버리고 생애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젖소 개량 방향을 수정했다. 일본은 양질의 조사료 위주로 사양관리를 변경하면서 305일 검정성적은 감소했지만 생애생산량과 산차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도시화와 환경문제 등을 감안해 젖소들의 생애수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량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효율적인 한우 암소 유전자원 활용체계 구축 - 도태·계획교배 도모
이성수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 검정부장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올해 한우 암소개량의 정초(定礎)를 다시 놓는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간 많은 한우산업 관계자들은 수소 유전자원만을 활용한 한우개량사업에 대해 많은 아쉬움과 우려를 표명해 왔다. 수소는 한우능력검정을 통해 유전능력이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 전국에 있는 한우농가에 냉동정액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개량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한우 암소개량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암소 유전능력 평가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암소검정사업에 있어 효율성과 현장성을 반영한 암소검정 시범사업을 향후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암소의 유전능력은 암소의 체중, 후대 생산마릿수가 적어 자손의 도체성적 등의 자료수집이 어렵고 씨수소(아비와 외조부)의 유전능력을 활용한 간접평가로 30%대의 신뢰도를 가진다. 그러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암소의 유전능력 평가 시 형질별로 50~60%의 신뢰도를 가지게 돼 신뢰할 수 있는 암소의 유전능력을 활용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암소 선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도태 및 계획교배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한우암소검정사업은 2010년 이후 지역 단위로 암소의 혈통을 정립하고 발육 및 번식정보 등을 조사함으로써 순수 혈통의 한우를 개량하는 기반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시·군 단위별 거점 개량번식농가 육성을 위해 암소검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시행기관 2개소를 선정하고 기관별 관리 농가 수 및 암소마릿수를 기존 140호에서 30~50호, 4600마리에서 1000마리로 축소했다.

또한 암소검정 시범농가에서 태어나는 송아지 총 마릿수의 친자확인, 암소별 계획교배 수립 및 맞춤형 정액공급 등이 이루어지며 대학교 및 연구소 등의 개량컨설팅기관과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공동으로 농가 컨설팅 및 지도를 실시해 농가수준을 배양시켜 각 지역의 우량 송아지를 공급하는 개량농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젖소 우유 생산성 향상, 생산비용 절감 동시 고려해야 - 젖소 암소 경제수명 개선은 과제
조주현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 육종팀장

국내 젖소 중 암소의 경우 우유생산능력이 세계 3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 번식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대부분 3산 이전에 도태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손실이 큰 것이 현실이다.

최근 조기도태에 따른 손익을 계산해 보니 두 번 새끼를 낳고 도태될 때(2산차 도태)보다 네 번 새끼를 낳고 도태될 때 마리당 1000만원을 더 버는 것으로 조사돼, 젖소 경제수명 증가는 농가의 소득증대 뿐만 아니라 건강한 우유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어 낙농가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수명의 측정기준이 명확치 않아 실제로 활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키 위해 유우군 검정자료(누적건수 1억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용, 각 산차구간별 정확한 생존율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산차지수와 마리당 수익지수를 개발했다.

산차지수란 착유우 50마리가 모두 4산까지 생존했을 경우(총 200산차 : 50마리×4산차)를 목표로 두고, 농가별로 산차별 생존율을 구해 이를 산차지수로 산정한 것이다. 유우군 검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암소의 2산, 3산, 4산의 생존율은 각각 66%, 47%, 31%로 나타났고, 산차지수는 122점으로 1마리당 수익지수(생애 순수익)는 1021만원 이었다. 산차별 생존율은 캐나다에 비해 각각 9%(2산), 5%(3산), 1%(4산)가 낮은 수치로 국내 젖소 암소의 경제수명 개선은 과제로 남아있다.

국내 낙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뿐만 아니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높여 농가의 실질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낙농가의 수익증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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