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이문예 기자] 

축산현장에선 가축개량 부문에 수십년을 투자하면서 철저한 기록관리와 나름의 노하우를 통해 개량의 참 맛을 알아가는 숨은 고수들이 적지 않다.

타산지석(他山之石), 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 가축개량의 비법을 함께 나눠보고, 개량의 포인트이자 엑기스인 ‘개량, 이것만은 꼭!’도 반드시 체크해 보자.<편집자주> 

 

긴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꽃 피우는 ‘한우 개량’-김학수 계림농장 대표

인천시 강화군에서 30년째 한우를 키워 온 김학수 대표는 한우 씨수소를 생산하는 육종농가다. 개량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철저히 관리해 왔다고 자부하는 김 대표. 그를 통해 한우 개량을 위해 농가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해보자.

 

15년 이상 노력해야 비로소 개량 효과

“효과적인 개량을 위한 대표님만의 비법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개량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맛집의 비밀 레시피처럼 개량 선도 농가인 계림농장만의 비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던진 질문이었다. 대화 초반 ‘그래도 뭐라도 있지 않을까’ 의심스러운 질문들을 던졌지만 김 대표와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답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특별한 개량의 비법은 없습니다. 빨리 목표하는 개량에 이르는 법은 없어요. 저희 농장도 15~20년 정도 꾸준히 개량을 한 이후에야 개량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본인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죠.”

본인 스스로도 15년 이상 노력해 조금씩 개량 성과를 보기 시작했으니 ‘짠’하고 내보일 비법이 있을리 만무했다. 다만 김 대표는 내 농장만의 개량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기록관리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종 단시간에 개량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좋은 정액을 쓰는 것에만 혈안이 된 농가들이 있지만, 김 대표를 보며 개량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량의 기본은 ‘기록’

“개량은 농가 스스로가 해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기록을 잘 해둬야 하죠. 개량의 기본은 기록에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한우 개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가장 먼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정, 분만 등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해두는 것이 개량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기록이 많이 축적돼야 개량이 정확해지지만 많은 농가들이 기록을 누락하고 있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기록을 잘 해야 선발, 도태, 계획교배라는 개량 과정도 의미가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우리 한우 농가들 중엔 기록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농가가 너무 많아요. 안타깝죠.”

그는 많은 한우 농가들이 기록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눈으로 보고 좋은 소와 나쁜 소를 가려내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은 오히려 형질이 좋은 소를 도태하고 형질이 나쁜 소를 길러내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소를 사들일 때에도 소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함께 전달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효과적인 개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스로가 개량 방향 정해 나아가야

김 대표는 개량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도 이같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교육들이 막연히 ‘계획교배를 하라’고 전달하고 있어 농가들은 개량을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개량기관 및 교육기관에서 농가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농가 스스로 개량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 돕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록 다음으로 ‘정확한 개량 목표 설정’을 개량의 중요 요소로 꼽았다. 내 농장 소들의 능력을 파악한 이후 개량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알맞은 정액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좋은 정액을 선택해 쓰면 개량은 되겠지만 오히려 속도는 늦을 수 있습니다. 여러 자료를 토대로 개량 목표에 맞는 정액을 써야 개량 속도도 빨라지죠.”

그는 남에게 수정을 의뢰해 진행하는 개량도 지양해야 할 방법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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