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용 서울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돈육 수입 업체 점차 늘어
국내산 축산물 경쟁력 저하
ASF 발생· 농·축산업 전체 타격
모든 농업인 협력·도움 절실

2018년 8월에 중국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로 점차 확산되더니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DMZ(비무장지대)와 인접한 파주와 연천 등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이제 인접한 나라들 중에는 중국, 홍콩,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까지 ASF가 확산됐고 아직 비발생국으로 남아있는 나라는 대만과 일본뿐이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나서서 여행객들을 통한 ASF 감염을 막으려고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돼지열병 백신을 일본의 모든 양돈장에서 주사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SF로 인해 많은 양돈농가들과 양돈업계에서는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로 비웃듯이 국가의 위험상태에서도 외국에서 돈육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까지는 해외에서의 돈육 수입은 기존에 축산분야나 식품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나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입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2011년 국내에서 발생한 초유의 구제역으로 국내에서 사육중이던 돼지의 약 1/3에 해당하던 33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그해 외국산 돼지고기는 역대 최고였던 약 37만톤이나 수입됐다. 2011년 당시 정부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던 돈육의 공급량이 소비량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수입육에 부과되던 관세 25%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면서 전 세계에서 삼겹살을 비롯한 수입육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수입육시장이 고소득을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인식해 많은 사람들과 업체들이 외국산 돈육을 수입하는데 뛰어들었다. 심지어 국내에서 가축사료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까지 수입에 뛰어드는 상황을 보면서 축산인들은 눈살을 찌뿌릴 수밖에 없었다. 

농협목우촌은 국내산 축산물만을 이용해 축산가공품을 만들고 있는데, 국내에서 육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손쉬운 수입육만을 사용하면서 축산가공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으니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료산업체들까지 수입을 하면서 비난을 받을 때면 “국내산 축산물 가격의 등락이 너무 심하다”, “육제품의 품질이 외국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등의 변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가격의 등락이 심한 것은 국내에서 축산물가공업체들이 가공부위로 많이 사용하는 전지나 후지를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요 양돈농협과 장기적인 계약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돈육품질에 대해서는 가공업체들이 요구하는 스펙을 도축장에 요구하고, 도축장은 양돈농가들에게 요구하는 형태로 개선한다면 큰 어려움이 짧은 시간에 해결되리라 믿는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식품의 안전성에 그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서도, 축산물의 수입에 대해서는 자본만 갖춰진 개인이나 업체는 누구나 돈육을 수입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할 것이다. 국내산 돈육이 생산되기까지 양돈장, 사료업체, 첨가제업체, 도축장, 축산물가공공장 등에는 수많은 규제와 단속을 하면서도 수입되는 돈육을 다루는 업체나 개인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한 것은 아닌가?  

ASF의 발생은 국내 양돈장만 타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료업체, 첨가제업체, 동물약품업계, 도축장, 유통업계, 가공업계와 요식업계는 물론 마늘, 고추, 상추, 깻잎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수입도 직결되는 푸드 체인(food chain)인 것을 명심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정부와 양돈업계는 물론 모든 농업인들의 협력과 도움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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