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단체·농협
제대로 된 농산물 가격보장 대책 내놔야
WTO개도국 지위포기는 농업인 생존권과 국민먹거리 안전 포기하는 것

[농수축산신문=길경민·이한태 기자]

 

▲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 등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의 포기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이를 규탄하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8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기자회견’<사진>을 개최하고 “개도국 지위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농업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이라며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농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중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수확기 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WTO 개도국 지위 문제까지 더해져 농업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WTO 개도국 지위라는 농업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농업인은 농사를 지어봐야 손해고, 농업이 무너지면 국민의 먹거리도 지킬 수 없다”고 피력했다.

농축산연합회는 특히 이번 WTO 개도국 지위 논의가 농업인 등 현장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영호 농축산연합회장은 “농업, 농촌, 농업인은 외부의 압력에 끝없이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미국의 요구에 우리 농업, 농촌, 농업인을 바칠 게 아니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대안을 제시해주고 농업인 등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농축산연합회는 WTO 개도국 지위 문제 당사자인 농업단체와 전문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를 한데 묶은 비상대책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가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농업의 근본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업 예산 확대 편성, 국내 농산물 수요 기반 확대, 공익형 직불제 즉각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민의 길도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는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민의 길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농촌에 커다란 핵폭풍이 들이닥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미 농촌은 수입개방으로 인해 농산물 생산비조차 못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마지막 방패막인 개도국 지위마저 포기한다면 농업은 회생불능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농민의 길은 “정부는 식량주권을 지키고, 통상주권이 있는 주권국가로서 지금 당장 WTO 개도국 지위 유지 방침을 선언하고 제대로 된 농산물 가격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 농협조합장들도 WTO 개도국 지위 유지의 필요성을 강하게 촉구했다.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지난 7일 ‘WTO 개도국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최근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농업인들은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으며,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피력했다.

정부가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지금 당장은 피해가 없더라도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조합장들의 주장이다.

조합장들은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된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농축산물 수입액이 69억달러에서 274억달러로 무려 4배나 늘고, 외국산 소비대체 등으로 인해 농업소득이 같은 기간 1046만9000원에서 1292만원으로 연평균 0.9% 밖에 오르지 않는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조합장들은 우리 농업의 개도국 지위는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만큼 농업부문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WTO 차기 무역협상에 대비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형직불제 등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정책 확충과 이에 대한 충분한 예산 확보와 함께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수급 및 가격 안정대책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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