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눈높이 맞는 제도보완·계도·교육·홍보 필요

[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이문예·송형근 기자] 

 

[개회사] 이만희 국회의원(자유한국, 영천·청도)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의 시행까지 4개월여가 남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퇴비사가 협소하거나 교반 장비 부족 등 문제점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영세 축산 농가를 위한 가축분뇨 공동처리시설의 확충 방안 등 마땅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의 실정과 농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오히려 고스란히 농업인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향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회사] 임이자 국회의원(자유한국, 비례)

내년 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 되지만 현장의 준비가 부족해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는 농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제도 시행으로 인해 축산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발생하거나 법망을 피해 음성적인 퇴비 살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완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간담회가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에 앞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인사말]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현재 퇴비 부숙도 기준을 맞추고 싶어도 퇴비사를 갖추지 못했거나 장비·인력이 부족한 농가들이 많다. 부숙도 검사를 시행할 기관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퇴비유통전문조직사업 계획을 밝혔지만 농가들은 지원 규모나 예산 등의 측면에서 불완전한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간담회가 지속가능한 축산 환경 조성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환영사]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

국내에서 식품 제조 후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은 TMR(완전배합사료)로 가공돼 가축의 먹이로 쓰이며, 축산분뇨는 양질의 퇴비로 활용된다. 여러모로 축산의 공익적 역할은 크다. 하지만 최근 환경 보호라는 미명 아래 축산에 대한 규제와 억압이 심화되고 있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방향 모색이 필요한 때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문제도 농가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도 보완이 이뤄지길 바란다.

  

 

 

[주제발표]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방안’ 
-안희권 충남대학교 교수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한우농가 392호를 대상으로 퇴비사 보유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조사 대상 농가 중 퇴비사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78%였다. 이 중 퇴비사 개조 의향이 있는 농가는 전체의 42%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축사육제한거리 관련 지방조례로 인해 분뇨 처리시설의 증·개축이 제한돼 퇴비사를 개조·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다..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개축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조례에 대해서는 일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조사대상 농가 중 58%가 본인의 농경지에 우분을 살포하고 있었으며, 타인의 농경지에 살포하는 농가는 7%에 불과했다. 경종농가를 대상으로 한우분 퇴비의 장점을 적극 홍보해 한우분 퇴비 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기존 가축분퇴비를 우분퇴비로 대체할 경우 10a(약 300평) 당 최대 6만원, 유박비료를 우분퇴비로 대체할 경우에는 최대 15만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퇴비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우분 생분을 총체보리 재배에 사용했을 때 관행 재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러한 점을 경종농가에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한우분 퇴비의 유통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패널토론]

△최기수 대표= 오늘 간담회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와 관련해 개선점을 짚어보고 제도의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먼저 현장의 문제점부터 이야기 해보자. 황 엽 사무총장, 조진현 부장, 조재철 부장 순으로 발언해 달라.

 

△황 엽 사무총장= 축종별로 분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르다. 그동안 초식동물인 소의 분뇨는 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자원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부는 분뇨별로 특성과 수질, 대기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한 분석도 없이 전 축종에 대해 일률적으로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려고 한다. 제도를 만들었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은 곤란하다. 과학적 분석 없이 무리하게 제도 시행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로부터 ‘시료가 있어도 장비가 없고, 장비가 있어도 시약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제도 시행 여건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농가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조진현 부장= 2013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안에 처음 퇴비 부숙도 의무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축산단체는 검사 기준과 방법 등이 모호하다며 반대했지만 환경부는 ‘법 시행 전에 농식품부와 협의해 검사 기준과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밀어붙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까지 6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농식품부 또한 대농가 홍보와 교육에 소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농가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부숙도와 비료 성분 분석기관이 이원화 돼 있는 것도 문제다. 퇴비는 부숙도 뿐만 아니라 수분, 구리, 아연, 염분 등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농가가 부숙도와 나머지 퇴·액비화 검사를 위해 두 군데에 시료를 보내 각각 별도의 비용을 들여 분석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부숙도 측정 기기인 콤백과 솔비타는 정확도가 60% 수준에 불과하다. 정확도 60%의 기기로 농가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조재철 부장= 퇴비 부숙도 검사가 유예와는 별개로 일단 농협은 제도 시행에 대비해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은 올해 2번의 실태조사를 수행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퇴비유통전문조직사업 외에 농협 자체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고 농식품부와 합동으로 권역별 퇴비 부숙도 시연회, 교육을 전개할 계획이다. 농가 지도·홍보도 강화한다.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선 4년여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축산업 포기에 따른 사육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선 소규모 농가에 대해 부숙도 검사 의무화의 적용도 제외해야 한다. 앞으로 가축분뇨의 위탁처리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보이는데, 자원화시설이 기피시설로 인식돼 사업 진행에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좋겠다. 

 

△최기수 대표= 현장에서의 많은 문제점이 언급됐는데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어떤 입장인가?

 

△정희규 과장= 현재 환경부는 농식품부와 방향을 같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기관은 퇴비 부숙도 검사에 있어 처분이 목적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과 컨설팅 등 계도 중심의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홍식 과장= 퇴비 검사에 있어 일반 검사와 부숙도 검사 기관의 이원화 문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최대한 장비와 인력을 갖춰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과 협력하고 있다. 농가 홍보와 교육과 관련해선 지난달 지자체를 통해 전체 농가에 안내 공문을 보냈다. 육안판별법, 교반과 관리 등과 관련한 내용이며,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은 신청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자료가 모아지면 농식품부와 환경부,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팀을 갖춰 지역에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기수 대표= 추가로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질문한 사항이 있는가. 

 

△조진현 부장= 가축분뇨법 시행규칙 제12조의 4에서 ‘1일 최대 300kg 미만 또는 1개월 최대 1톤미만’의 발효되지 않은 퇴비는 경종농가에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소규모 농가나 규모가 큰 농가더라도 기준 이하로 분뇨를 배출하는 경우 부숙시키지 않고 바로 퇴·액비를 경종농가에 제공해도 되는가?

 

△정희규 과장= 그렇다. 규모가 커도 분뇨량이 적으면 부숙 의무에서 면제된다. 

 

△최기수 대표= 청중들의 의견도 들어보겠다. 이 자리에 이명규 상지대 교수(한국축산환경학회 회장)가 자리하셨는데,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명규 교수= 부숙도 검사는 분뇨를 가장 가치있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부숙 여건이 안 갖춰져 있는 등 문제가 많다. 부숙 장비나 퇴비사 등 설비가 안 갖춰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매뉴얼을 갖추고 누가 어떻게 농가에 컨설팅을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 지원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수적이다.

가축분뇨를 왜 매번 분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우유는 공장에서 100만개가 생산돼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다. 우유 제조 공정을 안정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과정(프로세스)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축산환경관리원이나 국립축산과학원 등에 표준 공정 관리 권한을 주고 농가에는 부숙도 장부 작성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가축 분뇨의 자원순환적 가치와 토양 복원 등 환경적 가치,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는 논의에서 제외되고 문제점만 거론되는 것 같아 아쉽다. 큰 틀에서 사안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정희규 과장= 가축분뇨 처리와 관련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가축분뇨가 시장에서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반과 살포 등의 과정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예산 확보 후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기수 대표= 마지막으로 이번 간담회를 공동주최하신 임이자 의원님의 말씀을 들어보겠다.

 

△임이자 의원= 재정도 투입되고 농가 협조도 뒷받침돼야 하는 등 제도 시행 전까지 해야할 일들이 많다. 어떤 형식으로든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적용 시기 연장은 필요해 보인다. 조만간 환경부 차관과 김홍길 회장, 부숙도 분야 전문가 등과 함께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최기수 대표= 좋은 말씀들 감사하다. 결국 농업이 가야할 방향은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농업과 환경은 언젠가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부숙도 검사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행하는 면도 있다. 현장의 준비 상황 등을 잘 보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농식품부, 환경부가 서로 잘 협조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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