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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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

“산업구조상 1차 산업이 제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 수준이고 생존기반입니다. 새로운 미래 농업의 가능성은 아직도 큽니다.”

지난 2월 원희룡 지사가 주간정책 조정회의에서 제주 1차 산업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공유해줄 것을 바라며 당부하던 말이다.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경관, 전통문화계승, 지역사회 유지 등의 다원적이고 공익적 기능을 지닌 농업의 가치를 수치화한다면 86조2907억원(양승룡 고려대 교수, ‘농업·농촌의 가치평가’ 2012)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농업은 이미 시장 매커니즘에 의한 접근이 아닌 국가의 정책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10월 25일 24년간 유지해 왔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농업보조금의 축소’와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수입관세인하’ 등 통상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보이는데 이 같은 선언은 농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농민헌법운동본부까지 꾸려 활동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결정이라 국가만 믿고 묵묵히 땅을 일구며 살아온 무수한 농업인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13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여명의 농업인들은 찬 비에도 아랑곳없이 여의도광장을 채울 수밖에 없었고 안정적 재정지원, 공익형 직불제 시행, 기초농축산물에 대한 수입보장보험의 확대, 근본적인 수급안정대책 마련 등의 절실한 요구들이 광장에 쏟아졌다.

제주의 경우 지난달 15일 원희룡 지사의 2020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이 있었다. 민생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청정환경을 보전하며 전국평균대비 5배 이상 높은 제주 1차 산업의 비중을 감안해 제주의 생명산업이자 지역사회의 주역인 농어업인의 소득과 미래를 함께 키우겠다는 것이 연설의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 몇 가지 바람을 적고자 한다. 우선 총 예산 5조8229억원의 9.7%인 5655억원을 1차 산업을 위해 투입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는 전체 산업대비 11%를 상회하는 1차 산업의 비중을 감안할 때 최소 6500억원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

또 제주 연간농산물 생산량의 60%에 육박하는 90여만톤을 육지에 공급하는 제주의 경우 그 공익적 기능만을 고려하더라도 그간 줄기차게 요구한 해상운송비 지원에 대한 예산 증액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더불어 지난 10월 8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 천안을)이 제시한 온라인 농산물 공판장 정착을 위한 ‘산지전자입찰거래’에 대한 지원도 도서지역인 제주농업의 경우 지속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주시농협의 경우 올 해 말레이시아,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노지감귤과 키위를 수출함으로써 현지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시농협은 외국어 능력 우수자를 현장에 배치, 수출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시장조사, 우수 바이어 발굴, 3차 산업과의 연계 등 수출조성활동에 대해서는 사실 한계가 많은 편이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수출지원이 요구되며 특히 지자체 내의 마케팅지원 전담 부서의 필요성이 절실한 부분이다. 이제 바람 세찬 겨울이 왔다. ‘가치’란 그것이 무엇이든 소중히 다룰 때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농업의 가치, 그 가치에 대해 운운하려면 농업인의 소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가장 소중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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