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파괴적 (혁신)기술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 김용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세계 경영학의 대가이자 1995년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기존 기술과 시장을 대체해 전혀 새로운 산업과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기술)’ 이론을 주창해 현대 경영학에 큰 족적을 남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달에 별세했다.

20세기 농업을 바꾼 대표적 파괴적 기술로는 종자육종, 기계화, 비료, 작물보호제(농약)를 들 수 있다(폴 탱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이 네 가지 혁신 기술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식량, 사료, 연료, 섬유를 생산할 수 있게 했다. 한 예로 품종개량을 통해 얻은 교잡종 옥수수로 인해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1940년에서 2000년 사이에 7배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식량 수요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육류 소비에 필요한 사료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교잡종 옥수수 육종은 현대 농업이 보여준 중요한 파괴적 기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50년이면 100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인구증가, 지속적인 도시화로 인한 경지면적 감소, 소득상승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와 고령화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기후변화는 농업 분야에 새로운 파괴적 기술혁신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 준다.

가장 디지털화가 느렸던 산업인 농업은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에서 디지털의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했으며 주요 농산업 기업들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은 여기서 파괴적 기술혁신의 답을 찾고 있다.

2010년대부터 대두된 ‘아그테크(agtech)’또는 농업 기술이라는 용어는 ICBM(Internet of Things;IoT사물인터넷,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으로 요약되는 흥미로운 신기술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그테크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CES(국제전자박람회)에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론, 센서와 지능형 로봇과 같은 신기술은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러한 아그테크는 파괴적 기술들을 융·복합한 형태로 나타나며 드론을 이용한 방제나 병해충 정보입수는 이미 많은 농업인에게 소개돼 새로운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23년에는 전체 시장이 135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글로벌 농산업기업인 신젠타는 예측하고 있다.

농산업 분야의 중요한 파괴적 기술들을 열거해 보자. 첫 번째는 작물과 축산분야의 종자, 병해충 방제, 새로운 형질, 마이크로비옴(미생물과 생태계를 합친 말)과 동물건강과 관련된 재배와 농업생명공학의 혁신이다. 유전자 편집기술 등이 중요한 예이다. 두 번째는 환경센서, GPS/GIS 기반 드론, 농기계 자율주행, 농작업 로봇 등과 같은 기계장비다. 세 번째로는 농작업 데이터 수집 센서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농가의사결정지원 소프트웨어와 농장관리 소프트웨어를 들 수 있다. 네 번째로는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과 같은 제어된 환경 내에서의 작물재배를 하는 새로운 재배 시스템이다. 수집된 재배관련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화된 재배조건을 확립해 자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다섯 번째로는 대체 단백질(고기) 제조기술로 식물성 단백질(고기), 세포질 고기와 곤충 단백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분야는 목축업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메탄)를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해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이러한 파괴적 기술분야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농업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선제적인 법적 인프라 확립, 기술표준화, 전문인력 양성 등 미래지향적 농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그테크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해 주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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