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뢰확보…공적영역 공급확대 필요
친환경 농업 무너진다면 농업 지속가능성 장담 못해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연 매출 100억원을 자랑하며 친환경 농장의 롤모델로 손꼽히던 충주의 A농장이 최근 부도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법적으로는 지급불능상태다.

이에 이 농장과 오래 전부터 계약을 통해 친환경 채소를 납품하던 농가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농장의 경우 대부분의 물량을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했으며 유통업체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각종 시설을 구축하고 계약 농가를 늘렸지만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직전까지 갔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A농장만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친환경 농가들이 학교급식 공급에 차질을 빚게 돼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 또한 판로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A농장과 비슷한 문제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오랫동안 재배하고 있는 한 농장의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가 한정돼 있다 보니 납품처의 요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납품을 위해 각종 시설을 갖추고 공급망 구축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농장도 판로 다각화를 위해 가공과 식당 운영을 병행했지만 시설투자비와 인건비 때문에 지급불능상태가 된 것”이라며 “납품이 대부분 학교급식과 농협, 대형유통업체, 생협 등에 집중돼 어느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A농장에 친환경 쌈채류를 공급했던 농가 일부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지만 여전히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주에서 친환경 쌈채를 재배하고 있는 전 씨는 “친환경 농산물 납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가들이 A농장과 거래를 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나서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을 운영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확보가 먼저라고 강조한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과 일반농산물의 차이를 잘 모르고 과거 일반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로 둔갑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쉽게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한다면 친환경 농산물의 구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공적인 영역으로의 공급 확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친환경농업인을 위해 공적 영역으로의 공급확대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친환경농업의 가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환경생태적인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인들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이 공적인 영역에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며 “친환경농업이 무너진다면 지속가능한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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