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저온피해 ‘날벼락’…현실적 지원대책 절실
무려 7374ha 발생
냉해 강한 신품종 개발·보급 필요
농작물재해보험금 현실화
냉해 피해 방지 위한 시설 지원 필요

[농수축산신문=박유신·박현렬·이문예 기자] 

“배 과원 1만6500㎡와 복숭아 과원 1만6500㎡ 대부분이 냉해를 입어 한 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난감합니다.”

“2644㎡에 심은 배 나무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어요. 올해는 꽃이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일찍 핀 탓에 피해도 더 심각해요.”

“24년 배 농사 지으면서 올해처럼 냉해 피해가 컸던 적은 없었습니다. 당장의 피해도 문제지만 냉해 피해가 매년 반복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좀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런 저온으로 인해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냉해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6일 중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경북 청송이 영하 4.4도까지 내려갔다.

이로 인해 개화기를 맞은 배, 사과, 복숭아 과원의 대부분이 냉해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적으로 배 4136ha, 사과 1936ha, 복숭아 289ha, 감자 402ha, 녹차 227ha 등 총 7374ha의 농작물이 냉해피해를 입었다. 지난 7일 집계한 피해규모보다 2987ha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기상상황 호조로 과수의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1주일 이상 빨라지면서 피해규모 역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나주지역의 경우 피해 면적은 전체 배 재배면적 1946ha 중 972ha, 절반에 달한다. 지대가 높은 곳의 과수원은 피해가 비교적 적었지만 냉기류가 모이는 낮은 지대의 과수원에선 꽃눈이 80~90% 가량 고사하기도 했다.

유재문 나주 배 원예농협 영농자재센터장은 “배꽃은 영하 1.7도에서 30분만 노출돼도 피해로 이어지는데 나주는 지난 5일 영하 2.8도, 6일엔 영하 4도 등 이틀 연속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다가 아니라 꽃이 완전히 만개할 때까지 2주 가량 더 지나야 완전히 피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주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임관채 씨는 “경기 동부지역 뿐만 아니라 나주지역의 과원도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며 “빚만 쌓이고 있는데 1만6500㎡ 과원 전체가 냉해를 입어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냉해피해가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 등에 따른 농산물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던 농가들은 냉해피해 가중에 따른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나주에서 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민형태 우리농원 대표는 “앞으로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냉해 피해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냉해 피해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 설치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성에서 배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황영기 씨는 “경기 동부지역에서 배, 복숭아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과원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정책자금, 생활안정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한 농가의 경우 피해규모에 맞는 현실적인 보험금 책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임관채 씨도 “정부 정책자금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생계유지비가 필요한 상황인만큼 빚을 가중시키는 저리 융자보다 농가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품종 개발과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보완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 센터장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배의 80%가 신고품종으로 냉해에 약한 단점이 있다”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신품종을 빠르게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NH농협손해보험 나주지역평가인 냉해피해조사팀장은 “현재 배 1개당 보험 지급 기준금액은 평균 780원꼴이지만 적과 이전에 발생한 냉해 등의 재해에 대해선 기준금액의 절반만 인정한다”며 “여기에 자기부담금 20%를 감안하면 실제로 농가가 보상받는 건 배 1개당 300원꼴에 불과해 보험산정 기준을 손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피해대책으로 △대책기구 구성을 통한 피해 정밀조사·공동방제 비용 편성 △농작물 보험 약관 중 병해 피해 80% 인정 △자연재해대책법 중 농작물 지원 피해율 20%부터로 하향조정 및 지원단가 현실화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지자체 합동으로 농가 기술지도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 정밀 피해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정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재해복구비와 과수 농가, 감자·녹차 재배 농가에 각각 ha당 농약대 199만원, 59만원을 신속히 지원할 예정이다. 농협도 이번 냉해 피해와 관련 △농협케미컬을 통한 착과영양제 50% 할인 공급 △피해복구 지원 예산 30% 선지급 △피해 규모에 따른 무이자 자금 지원 △피해 축소를 위한 꽃·열매솎기 조정 지도, 수분작업 지원 등을 지원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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