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영양 필요한 임산부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집까지 ‘띵동’
180억원 추가 예산 투입…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확대
국민참여사업중 가장 많은 호응

[농수축산신문=박유신·송형근 기자]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라면 음식을 섭취할 때면 이게 자신과 아기에게 좋은 음식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친환경농산물을 먹고 싶지만 장바구니물가를 생각하면 고민이다. 이마저도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엄두조차 못내는 게 현실이다.

이에 국가가 임산부의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고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해 소위 ‘임산부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진다’는 목적 하에 추진하게 된 사업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시행중인 국민 참여 예산 제안사업으로 선정,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하게 돼 그 의미가 크다.

여기에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미뤄지며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던 친환경농가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사업으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전남도 농산물 꾸러지 배송을 책임지는 농협 호남권친환경종합물류센터 내에서 농산물 꾸러미를 포장하는 직원들의 모습

# 국민 제안으로 추진돼 더 특별한 사업

기재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초 공모한 ‘2020년 국민 참여 예산 제안사업’에는 820건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이 중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사업이 바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었다.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할 임산부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집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농가의 판로 확대를 돕기 위해 제안된 게 국민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다.

올해 시범적용을 검토하게 될 저소득층·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농식품바우처나 초등 돌봄교실 24만명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같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또한 국내산 농식품 소비에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농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코로나19로 사업중요성 부각, 대상·지역 대폭 확대

정부는 올해 초 해당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226억5000만원(국비 40%, 지방비 40%, 자부담 20%)을 계획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등 농산물 판매에 문제가 생기자 이 제도에 대한 지자체와 농가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28일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경제활력 대책 중 하나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대상을 당초 4만5000명에서 8만명으로 확대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임산부의 건강 증진을 위해 즉각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월 1~2회 제공하는 사업 수혜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제주 전역과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아산시·홍성군, 대전 대덕구, 전북 군산시, 전남 나주시·순천시·장성군·신안군·해남군, 경북 안동시·예천군, 경남 김해시 등 2개 도 전역과 14개 시·군·구 지역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 임산부들에게 친환경농산물을 지원해왔다. 이후 지난 3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안성시·남양주시, 전북 전주시·익산시·순창군, 전남 영암군·영광군·곡성군, 경북 포항시 등 9개 시·군을 추가했다.

김 철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180억 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을 확대하면서 서울·충북·제주 등 3개 광역 지자체 전역과 23개 시·군·구 지역에서 2020년 1월 1일 이후 임신하거나 출산한 사람은 친환경농산물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임산부 1명당 연간 지원액은 48만 원으로 이중 9만6000원은 임산부가 자비로 부담하면 된다”고 밝혔다.

# 친환경농산물 판로 해결에 농가 호응도 UP

충남 천안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는 A 농가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개학이 늦어지는 기간동안 중단된 학교 급식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정부에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확대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코로나19 자가격리자나 임산부 등에게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판로가 열리면서 인근 농가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지역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급업체인 농협 호남권친환경종합물류센터는 택배 발송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승운 농협 호남권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시기에 농가와 임산부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어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남도는 임산부에게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꾸러미용 농산물을 납품하는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 100여곳을 대상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수확 전 단계부터 포장단계까지 안전성 점검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유동찬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전남도민과 농가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친환경 꾸러미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며 “내년부터 도내 모든 임산부에게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공급할 수 있도록 본사업에 편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또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역량을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에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초·중·고 가정까지 꾸러미 지원 확대

미국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업을 이미 1970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가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는 영양제공프로그램(WIC)은 임산부에게 과일·채소·생선·우유 등 다양한 농식품과 맞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WIC의 월평균 참여가구는 총 687만128명에 달한다. 이중 임산부는 163만3864명이, 영·유아는 523만6264명이 혜택을 봤다. 미국은 영아의 경우 모유수유 여부와 모유수유 비중에 따라서 지원식품 구성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에도 모유수유 여부에 따라 지원식품을 다르게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 품목차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꾸러미 구성을 달리해 지급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시행하는 시범사업이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에 큰 효과를 보이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지난달 28일 초·중·고 가정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된 상황에서 학생 건강 증진과 가정 내 학부모 부담 경감, 생산농가와 공급업체 실익 지원을 위해 학생들 가정에 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하게 됐다”며 “사업 예산은 휴학·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액인 약 2717억원 내에서 진행될 방침이다”고 밝혔다.

꾸러미 공급도 현물 배송이외에 온라인 쿠폰의 조기적립·배송, 농축수산물 전문매장 직접구매와 쿠폰 지급 등 공급 방식을 다양화해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는 1인당 평균 3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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