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섭취, 질병발생위험 뚝…과일간식사업 전국으로 확대해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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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과 건강한 식습관 형성, 거기에 농업인의 소득증대까지.

과일간식지원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먹거리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 5998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시작돼 지금은 학부모와 농업인이 모두 만족을 표하고 있다.

고려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53명 중 507명(91.7%)의 학부모가 과일간식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학교관계자들은 430명 중 282명(65.6%)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과일간식지원사업의 목적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과일·채소류 소비량 ‘감소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늘려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일과 채소류 소비량은 오히려 감소세에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 197.8g이었던 국민 1인당 1일 과일섭취량은 감소세가 이어지다 2018년에는 139.4g까지 줄었다. 또한 채소류는 2013년 293.7g에서 2018년 260.2g으로 감소했다. 학생들의 채소류 매일 섭취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학교급별 채소매일섭취비율은 초등학생이 2014년 31.8%에서 2018년 28.87%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중학생은 27.79%에서 24.90%로 감소했다. 고등학생 역시 23.79%에서 22.79%로 줄었다.

반면 청소년의 비만율은 높아지고 있다. 2014년 9.7%였던 과체중 학생의 비율은 2018년 10.6%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비만학생의 비율은 11.5%에서 14.4%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비만군 학생은 2014년 21.2%에서 25.0%로 5년 사이에 3.8%포인트 높아졌다.

비만 중 특히 청소년의 비만은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0년 발간된 ‘청소년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과 관련한 질환으로 약 1조3638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유발된다.

보고서는 “적정한 정책개입을 통해 청소년기의 과체중이나 비만인구를 감소시킬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중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 아이들 건강 지키는 과일간식

과일간식지원사업의 중요성은 바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일·채소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심혈관질환과 위암, 대장암 등 질병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 비만과 만성질환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최소한 400g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도 건강정책인 ‘헬스(Health) 2020’에서 비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연평균 1.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과일과 채소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만 1세 이상 남녀의 식품군별 1일 섭취량을 보면 과일과 채소섭취량이 160g에 그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린이·청소년의 과일섭취부족으로 사회적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과일과 채소의 섭취가 줄어들며 특히 저소득가구의 어린이일수록 과일과 채소 섭취가 적었다. 이는 아동과 청소년의 비만율을 높여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과일간식지원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식생활 함양으로 사회적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과일간식지원으로 과일·채소 섭취 늘렸다

과일간식지원사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동·청소년의 과일·채소 섭취증가로 이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주로 한서아그리코가 실시한 과일간식 지원프로그램 국내외 실증사례 연구용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기에 권고수준의 과일을 섭취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과일·채소 섭취가 많았다.

네덜란드 헤이그시 5개 마을 9세 초등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조각과일이나 채소를 2년간 일주일에 2회 무상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자 아이들의 과일섭취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02년부터 실시한 학교과일·채소 간식프로그램(FFVP)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신선 과일과 채소를 무상제공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2013~2014년 미시간주 6개 학군 18개 학교의 4~5학년 1062명이 참여한 연구에서는 FFVP로 과일과 채소를 제공받은 아동들의 과일·채소 소비량이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동의 부모도 새로운 채소요리법을 준비하는 등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미국 농무부의 내부보고서에서도 FFVP참여학교 학생의 평균 과일·채소 소비량은 하루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FFVP가 없는 경우 소비량보다 15%가 많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과일간식 지원사업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실시한 건강과일바구니 사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영양지식과 과일·채소에 대한 인식수준 모두 유의미한 상승효과를 보였다. 또한 서울시가 실시한 ‘얘들아, 과일먹자’ 사업으로 어린이들의 간식, 채소반찬, 과일섭취가 모두 증가했고 보호자의 55.0%가 과일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달라졌다고 응답했다.

# 높은 단가·식생활교육 부재 해결돼야

과일간식지원사업이 학부모와 농업계 등으로부터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지만 과일간식의 단가가 높고 식생활 교육이 함께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과일간식지원사업으로 제공되는 과일은 신선편이과일인터라 개당 가격이 2200원 수준으로 본사업에 들어갈 경우 재정부담이 매우 커진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높은 가격대인데다 신선편이과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폐용기 발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일을 원물상태로 공급해야 하는 데 이 경우 학교의 조리종사원의 업무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학생들이 껍질째 먹는 과일을 거부할 경우 잔반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과일간식지원사업이 식생활교육과 괴리돼 반쪽짜리가 되고 있다는 것도 개선할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과일간식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과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 교육과 병행, 건강한 식생활로도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일간식지원사업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과일간식지원사업은 아이들의 건강이나 식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데다 농산물 수급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김제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은 “과일간식지원사업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큰 만큼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본사업으로 확대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협동조합 이사장은 “과일간식지원사업에 공급되는 과일이 신선편이제품 형태인터라 원가가 너무 높고 폐기물에 의한 환경부하도 있다”며 “이 가운데 학교에서는 원물로 과일을 공급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국가가 학생들이 바른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사업이 과일간식을 지급하는데만 머물러선 안된다”며 “과일간식을 지원하면서 올바른 식생활을 위한 교육을 병행해야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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