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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는 돼지를 다시 키우고 싶다

기사승인 2020.05.29  18: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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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월 째 텅빈 돈사…기약없는 재입식에 ‘막막’
접경지역 차량 출입통제 개선
멧돼지 관리 우선 시행 해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 수십년간 돼지를 키워온 한 축산농가가 ASF 발생으로 살처분 한 후 비어있는 돈사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제발 하루라도 빨리 재입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지난 5월 26일 오전 청와대 인근.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오명준 씨는 대를 이어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양돈 2세 중 한명이다. 한창 열심히 일할 40대 대한민국 국민인 오 씨, 대한한돈협회 연천지부 사무국장도 맡고 있는 그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지역에서 속절없이 돼지를 묻고 돈사를 비워야 했다는 그의 사연을 들어봤다.

#재입식 될 때까지 투쟁한다

지난 5월 27일 새벽 5시 30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빈 돈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록 돼지 한 마리 없지만 농장 시설물 여기저기를 점검하거나 보수할 곳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가끔은 오늘처럼 멍하게 빈 돈사를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서류정리를 하는 것도 하루 일과가 됐다.

게다가 최근 한돈협회가 청와대, 세종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에서 무기한 1인 시위와 농성을 벌이면서 시위현장을 찾거나 국회를 방문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추가적인 일이 됐다.

향후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인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는 오 씨는 “시위와 농성 등 투쟁을 협회 경기북부협의회에서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에 요즘은 농장에 절반의 시간을 쓰고 투쟁 현장에서 절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살처분 요인 없었는데 너무 억울해요

오 씨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지난해 초 북한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내심 찜찜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부친이 1980년 시작한 농장을 2005년 지금의 연천지역으로 신축 이전한데다 2012년에는 시설현대화자금 등을 통해 농장을 개보수한 덕분에 농장단위 철저한 차단방역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 시설현대화에 모두 25억 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의 말만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리 농장은 너무 억울한 게 행정적 요인 외에는 살처분 요인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ASF 발생농장과 23km나 떨어져 있었고, ASF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나온 곳으로부터도 20km 떨어져 있었는데 연천지역에서 지난해 11월 10일 마지막 살처분 농장이 돼야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입식이 길어질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재입식해야 해요

돼지가 있든 없든 매일 매일의 생활 패턴은 그대로라는 그는 살처분의 여파 등으로 결국 외국인 노동자 5명을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돼지가 없는 현재도 국내 직원 10여 명은 그대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재입식이 이뤄질지 알 수 없긴 하지만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농장 발전을 함께 하며 땀 흘린 직원들을 내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6개월 넘게 돈사를 비워둔 채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모돈부터 육성·비육·출하까지 일괄농장으로 돼지 1만2000마리를 키웠는데 돼지를 살처분하고 받은 보상금으로 직원들 급여와 복지, 수도광열비, 농장수선비 등을 충당하며 재입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존에 받은 살처분 보상금으로 농장운영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지내고 있다는 오 씨는 하소연을 이어가면서 ‘하루라도 빨리’라는 말을 연신 쏟아냈다.

그는 “정부에 조속한 재입식을 촉구하면서 1인 시위와 천막농성에 더해 앞으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방식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5월 11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는 투쟁 16일차인 지난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동시다발적 1인 시위를 전개했었다. 현장에선 △ASF 희생농가에 대한 조속한 재입식을 허용하라 △과도한 접경지역 축산차량 출입통제 조치 개선하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면 재검토하라 △야생멧돼지 관리 우선 시행하라 등이 적힌 피켓이 동원됐다. ASF로 약 44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고 재입식을 기다리는 경기 북부권 양돈농가 261호의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돼지를 다시 키우고 싶다는 오 씨는 이렇게 다시금 강조한다.

“재입식과 관련해 질의해도 정부, 지자체 등에서 아무 답변이 없다는 점이 정말 답답합니다. 재입식이 돼야 향후 자금계획 등을 세울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재입식을 허가하고 방역시설 기준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정민 기자 smart73@aflnews.co.kr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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