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찰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수정률 저하 우려…지원약제 약효의구심도
잠복기·다양한 전파가능성에 보다 세밀한 주의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上) 위기의 과수산업

(中) 허술한 관리체계

(下)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올해 사상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과수화상병. 막대한 피해와 함께 과수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치료제도 없는데 예찰과 예방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며 방역체계에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보조사업으로 예방약제가 지급됐지만 농업인이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거나 약효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 전파·감염 경로 제대로 살폈어야

과수화상병은 세계적으로는 1780년 뉴욕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미국 동부에서 서부를 지나 영국을 거쳐 서유럽에 전파돼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지나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처음 발생이 보고됐다.

이러한 전파경로는 미국의 골드러시, 미국에서 영국으로의 사과 수출 등 사람의 이동이나 대륙간 무역 과정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산됐음을 시사한다.

박덕환 강원대 교수는 “뉴욕에서 처음 발생한 화상병은 금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을 따라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했고, 영국 켄트지방으로 사과를 수출할 때 나무박스에 묻어서 이동했다”며 “최근 진행한 화분매개충의 전파 가능성 실험에서는 균주가 휴면상태 등을 통해 벌의 표면에서 최대 7일까지 생존하는 게 확인돼 다양한 전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석 경희대 교수도 “화상병은 감염된 식물에서 흘러나오는 병원균이 곤충이나 비, 바람에 의해서 전파될 뿐만 아니라 오염된 농기구 등의 재사용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며 “병 발생 과수농가 주변의 잠정기주(장미과 나무)를 이용해 월동하거나 생존해 병 발생에 적당한 환경이 되면 이동해 전파하기도 한다”고 확산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잠복기, 다양한 전파 가능성에 대한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됐다는 것이다. 특히 과수 한 그루만 과수화상병이 발생해도 전체를 매몰하던 과거와 달리 발생주율에 따라 매몰을 하게 되면서 보다 철저한 예찰과 예방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물보호제(농약)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과수화상병이 크게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예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예찰주기는 물론 체계적인 예찰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점이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행 방제기준에 따르면 과수화상병 발생 시 기본적으로 매몰이 원칙이지만 감염의심 나무는 발견 시 매몰하고, 확진 시에만 과원 전체를 매몰한다.

# 보조사업으로 지원받아 다른 약제로 교환?

예찰뿐만 아니라 예방도 구멍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농작물병해충 방제사업으로 국비 560억700만 원이 책정됐다. 이는 화상병 예방을 위해 동수화제계열 약제나 항생제 등 예방·치료약제를 농가에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지역별로 3차례에 걸쳐 지역 농협이나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농가에 공급됐다. 이 중 1·2차 약제 지원은 대부분 개화기 이전에 진행됐다. ‘개화기에 처리할 것’을 권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지원된 약제를 일부 농업인들이 처리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귀찮다’거나 ‘고령의 농업인들이 처리하기에 고되다’ 등과 함께 개화기에 약제를 처리함으로써 ‘수정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그 이유였다. 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벌과 나비 등 화분매개충에 영향을 줘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물보호제 업계에 따르면 2차에서 지원된 일부 약제는 처리 시 십자화과작물의 생장이나 수확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잎이 노랗게 변하는(황변) 약해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가 사용을 꺼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정작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문제가 심각했던 충주, 제천 등 충북지역에서는 이러한 약해가 나타나지 않은 농가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물보호제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2차로 지원된 약제는 항생제 성분의 약제지만 신초에 묻을 경우 기상 여건이나 일조량에 따라 심한 경우 90% 이상 황변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런데 정작 과수화상병 발생이 심한 충북지역에서 이러한 약해에 대한 이야기 대신 보조로 지급된 약제를 보관했다가 마늘, 양파에 처리하거나 시판에서 필요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간다는 이야기만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일부 농업인들이 워낙 고령이고, 작업이 힘들어서 약제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몇 몇 시판에서 이들 약제를 다른 제품과 교환해줬다는 것은 나중에 반품량을 보면 확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제대로 약제 처리해도 걸린다?

‘일부 농가에서 예방약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약효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수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약효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의 개발이나 등록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2015년 화상병이 국내에 처음 발생했을 때 농촌진흥청에서는 긴급하게 외국에서 사용되는 약제 대해 검토한 뒤 긴급등록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약효에 대한 시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약해 등 안전성에 대한 시험 결과와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등록 기준이 됐다. 이에 따라 현재 과수화상병 약제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은 ‘약효가 몇% 이상 발현돼야 한다’ 등의 방제가기준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충주, 제천 등 과수화상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를 입은 지역 농업인들이 ‘지원된 약제를 제대로 처리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한다.

작물보호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과수화상병 약제라고 하는 건 대체로 예방을 위한 제품이거나 항생제가 대부분인터라 실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에 집중하고 있지만 방제가에 대한 기준은 다른 병해충과 달리 느슨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농진청은 약효가 없는 게 아니라 약제의 사용 목적이 치료가 아닌 예방과 신규 오염방지에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과수화상병 발생 지역이 이미 발생이력이 있는 만큼 올해 오염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년도에 이미 오염된 과수가 재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효원 농진청 대변인은 “치료약이 아니라 항생제이기 때문에 지난해에 과수화상병에 걸려 이미 나무 안에 균주가 존재하는 과수들에서 병이 발생한 것”이라며 “충주, 제천 등 충북지역에서 처리한 약제가 약효가 없었다기 보다는 이미 오염된 과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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