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반을 바꿔 놓으면서 우리나라 농축수산업 또한 이 위기와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에 농축수산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 농축수산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산물 생산, 각종 모임
이동 잘 관리하고 고령층 배려해야
국산 농산물 비대면 유통망 보완 필요”
코로나19는 농업·농촌의 생산·소비·유통 측면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생산측면에서는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서 작업하는 도축이나 선별 등의 과정을 거치거나 외국인 노동자의 작업 비중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철에 따라 작업자들이 이동하면서 파종, 수확, 관리를 하는 작물이나 소비자들의 이동과 모임이 전제가 되는 농촌의 관광, 숙박, 외식산업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유통 측면의 가장 큰 변화는 대면 소비로부터 비대면 소비로의 본격적인 전환이다. 비대면 식생활 문화(혼밥, 혼술 등)나 간편식,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젊은 연령층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이나 가족적, 집단적 식생활 문화를 버리기 어렵고 간편식이나 온라인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외국산 농산물 사용 비중이 높은 가정외 식사가 감소하고 국산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가정내 식사가 증가하면서 국산 농산물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산 농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산농산물의 비대면 유통망을 잘 정비하고 강화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과 이동을 잘 관리하고, 고령층을 배려하며, 국산농산물의 비대면 유통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농업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 경제화 촉진 필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경제·고용 위기, 국제 평화·안보 위기, 사회·불평등 위기 등을 초래해 미래 불확실성이 증대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 등의 극복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제·사회체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경제·사회 특징은 글로벌 가치사슬과 공급망의 변화, 신자유주의 퇴조와 위기 예방과 극복을 위한 국가와 공공부문의 역할 증대,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실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의 변화, ‘Untact(언택트:비대면)’로 대변되는 비대면 경제구조와 저밀도 생활방식의 확산, 4차 산업혁명·데이터 경제 가속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사회 위기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선도형 경제 기반을 구축하고자 고용안전망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을 2개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이다. 농업 부문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령화와 인력 부족, 환경부하, 과도한 자원 이용, 성장동력 하락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 창출과 미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농업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 경제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공공-민간 협력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해 DNA(Digital-Network-AI)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시설원예 중심의 스마트팜을 노지와 축산으로 넓혀 농업 전분야의 생산과 자원·환경관리를 효율화하는 스마트농업 고도화, 비대면 경제환경과 온라인 유통확산에 대응해 오프라인 중심의 농축산물 도매유통을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농축산물 스마트 유통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정책로드맵 수립, 전문인력 육성, 민관협력거버넌스 구축, R&D 투자와 시스템 혁신, 법과 제도 정비 등을 담은 (가칭)스마트농업 DNA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농업 부문 디지털 경제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장경만 한경대 동물생명환경과학과 교수
“축산물 인증제도 관심 고조
안전한 축산물 공급하며
경쟁력 높여나가야”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업종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과 이후의 질병에 대한 경각심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축산업은 특히 질병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구제역, AI(조류인플루엔자),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질병과 위생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축산업은 큰 타격을 받으며, 코로나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날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축산업에 다가올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됐다.
이러한 질병과 위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내성이 생긴 전염병의 발생과 경영자의 의도는 아니지만 이른바 공장형 축산업으로 인해 가축의 본래 행동 패턴과는 다른 사육환경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제의 법적 근거가 ‘친환경농어업법’에서 ‘축산법’으로 이관됨에 따라,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의 감소 촉진 기대가 커지면서 축산물 인증제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축산 경영자는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인증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로 소비자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며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 장재봉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도축장이나 가공장 등
수나 규모면에서 구조적 변화 일어나
자동화 시스템 도입 가속화 될 것”
코로나19 발생으로 가정내 축산물 소비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포스트 코로나에도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가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코로나 이후 유통질서가 달라질 것이다. 공급체인에서 위험 요인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은 물론, 유통과 가공업자들이 모두 이전의 공급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공급체인에서 구조변화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자동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세계적으로 해상운송에서 노동력이 멈춘다던지 도축장에서 작업이 멈추는 등 인력에 의존하는 노동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들이 늘어났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또한 도축장이나 가공장 등도 수나 규모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의 구조와 규모가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할 때다.
■ 김정봉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수산물 자급률 제고 위해
수산물 수급관리와 함께
생산기반 강화에 중점 둬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와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패류 자급률은 53.7%에 불과한 상황으로 이는 국민 식탁에 하루에 공급되는 어패류의 절반 가량이 수입수산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수산정책은 수산물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해 수산물 수급관리와 함께 생산기반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먼저 수산물 생산기반강화를 위해 연근해어업의 구조개혁을 견인할 수 있는 (가칭)연근해어업 혁신기금을 신설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어선감척을 실시해야한다. 이와 함께 친환경 고품질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한다. 더불어 어업노동력 이탈방지를 위해 어촌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해야한다.
두 번째로는 수산물 수급관리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수산물수급관리위원회를 창설, 수산물 수급관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