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가축 개량은 기록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가축 개량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산 선진국인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축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가축 개량 프로그램의 정확도를 높여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농가에서도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귀찮고 번거로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많은 농가에서도 가축개량을 위해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전국의 우수 농가를 찾아 기록 비결을 공개한다. <편집자주>
# 소는 사람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
경북 의성에서 한우 500여 마리를 일괄 사육하고 있는 이명수 대표는 지역에서 꼼꼼한 기록관리를 통해 사양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출신이기도 한 이 대표는 사양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07년부터 같은 학교 후배들을 가르치는 현장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1등급 이상 출현율이 100%를 기록했으며 1+등급 이상 출현율도 87%로 전국 평균 39%의 두 배를 넘기기도 했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소도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며 매일 소를 보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 그를 통해 한우 개량을 위해 농가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해 보자.
# 자신만의 기록관리 프로그램 개발
2005년 한국농수산대 졸업과 동시에 농장 경영을 하게 된 이 대표는 효율적인 농장 경영을 위해 생산비에 포함되는 모든 항목을 엑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기록 관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통한 계획적인 농장 경영을 꼽았다.
그는 “계획 없이 무작정 소를 팔아서 농장 규모를 늘리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적자를 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농장 경영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소의 사양관리뿐만 아니라 농기계, 사료 구입 시기 등 농장에 관련된 된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면서 “초장기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기록관리 프로그램인 ‘축사로’ 등을 이용해 봤지만 기존 프로그램은 농가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엑셀로 농장 상황에 맞게 항목을 정해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성질 더러운 소는 과감히 도태
이 대표는 효과적인 가축개량을 위해서는 수정, 분만 등 기본적인 항목뿐만 아니라 소의 성격 등 유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기록해 도태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태 1순위는 송아지를 발로 차는 어미 소이며 송아지는 어미 소를 보고 배우기 때문에 그 어미 소한테 태어난 송아지까지 도태시키고 있다”면서 “그다음 도태 순위는 오줌을 많이 누는 소로 이 역시 송아지까지 도태시키고 있을 정도로 유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는 성적이 우수해도 과감히 도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기록할 때 본인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기록하고 있다. 가령 성격이 안 좋은 소는 ‘성격 더러움’, ‘공격적’이라고 적어 놓았으며 분만할 때 힘들어했던 소는 ‘질 좁음’, ‘분만보조’ 등으로 기록해 두고 있다.
# 포유 중인 어미 소 사양관리 중요
특히 이 대표는 포유 중인 어미 소의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육질 쪽에 개량이 집중돼 있어 수소에 대한 사양관리 기법은 발달돼 있지만 번식우와 송아지에 대한 사양관리 기술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어미 소가 질 좋고 풍부한 젖을 공급할 수 있어야지 송아지도 충분한 영양섭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송아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포유 중인 어미 소 사양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신철 한국종축개량협회 경북대구지역본부장은 ”이명수 대표는 본인만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개량을 하다 보니 다른 농장에 비해 개량 속도가 빠른 편이다“며 “무조건 좋은 정액을 쓰기보다는 본인 농장의 소 특징을 파악해 암소와 알맞은 정액을 써야 개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