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세상을 바꾸자' 의기투합...후배 양성에도 '열심'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업으로 형제를 맺어 세상을 바꾸자’.

전남 영광의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 팜브로가 품고 있는 비전이다. 지역사회 구성원, 나아가 전국민이 농업을 매개로 하나로 똘똘 뭉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자칫 거창해 보일 수 있는 이 꿈은 지금 전남 영광에서 하나씩 현실로 피어오르고 있다.

가을 초입에서 신원빈 팜브로 회장과 소속 회원들을 만나 그들이 꿈꾸는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농장 친구들넘어서 농업으로 세상을 바꾸기위해

팜브로는 청년농업인 모임체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15명의 소속 회원 중 3명의 30대 회원을 제외하곤 13명 모두가 20대다. 애초에 20대인 신원빈 회장을 중심으로 농업인 선후배 5명의 사조직으로 출발해 지역 또래로 영역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팜브로라는 모임체명은 농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Farm)’과 친구를 뜻하는 브로(bro)’가 합쳐진 단어다. 말 그대로 농장(농업) 친구들모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팜브로도 처음에는 단순히 모임체 의미 그대로 농업을 영위하는 또래들 간의 모임이었지만 현재는 농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청년농업인으로서 책임감을 짊어진 모임이 됐다. 그 누구도 부담을 주거나 역할을 부여한 바 없지만 젊음을 무기로 농업·농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팜브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신 회장은 갈수록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고 농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상황을 인지하며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회원들 마음 속에서 샘솟았던 것 같다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농업인 후배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팜브로는 먼저 후배 양성을 위해 지역 내 청소년에게 농업과 농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았다. 농촌의 문화와 어메니티(농촌다움)를 흠뻑 즐길 수 있는 팜파티(Farm Party)를 열자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이에 지난 4월 영광군 묘량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팜파티인 묘량청춘 촌파티를 열었다. 묘량면 청소년들도 참여해 팜브로 회원들이 직접 길러낸 농산물과 이를 활용한 요리를 나눠먹고 전통놀이를 즐겼다. 지난 4일에는 영광군민으로 대상을 넓혀 두 번째 팜파티를 열었으며 앞으로는 매년 상·하반기 2회에 걸쳐 팜파티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남 영광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 '팜브로'의 신원빈 회장(윗줄 왼쪽 두번째)과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 영광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 '팜브로'의 신원빈 회장(윗줄 왼쪽 두번째)과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더 큰 걸음을 위한 일 보 후퇴

팜파티 추진 과정에서도 보였듯 신 회장은 팜브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적극성단합을 꼽는다. 실제로 이제 막 농업에 뛰어든 20대 또래들이 규합한 조직이다보니 생각의 결이 비슷해 열정적이고 활동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팜브로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나뉘어 합이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영광군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하면서다.

팜브로는 올해 영광군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청년농부와 함께하는 청소년 희망 링크 프로젝트(나도 농부다)’라는 사업명으로 지역 청소년 대상의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 결과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돼 청년농업인 브이로그 제작, 청소년 농촌체험 캠프 등에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팜브로의 비전을 실현할 기회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각자의 농장 여건이 다르다보니 일부에선 일관되게 농촌체험 캠프 등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이어졌다. 결국 미래 농업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소속 회원 개개인 홍보도 가능한 좋은 기회였음에도 더 큰 걸음을 위해 올해는 주민참여예산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포기하며 아쉬움은 컸지만 결코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신 회장은 아쉽지만 올해 잘 준비해 내년에 다시 주민참여예산제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연초부터 계획한 브이로그를 제작하고 농촌체험 캠프 구성에도 내실을 기해 주어지는 기회를 최상의 결과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짐을 되새겼다.

팜브로 회원들은 드론방제를 포함해 농업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라면 무엇이든 적극 공유하며 공동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팜브로 회원들은 드론방제를 포함해 농업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라면 무엇이든 적극 공유하며 공동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 공동체적 관점서 모두 잘 살 수 있는 방법고민

팜파티, 주민참여예산제 도전 등 팜브로의 활동은 모두 농업·농촌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단순히 사업의 성공만을 바라보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적 관점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팜브로는 농촌이 청년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부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소소한 선행도 실천하고 있다. 회원 개개인이 팜브로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청년정책협의체, 청년봉사단체, 공약이행군민배심원단, 작목반 등 다채로운 활동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신 회장은 각자가 지역 청년리더로서 역할을 다하며 농촌을 지켜낼 농업인 후배를 양성하고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팜브로가 지역 청년농업인들에게 가입하고 싶은 모임체로 알려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 기대감이 크다며 웃어보였다.

 

 

[멘토 인터뷰] 고윤자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

고윤자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
고윤자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모임체 성장의 비결은 적극성
청년농 역량 강화 위해 세심히 살필 것

 

팜브로 회원들 대부분이 영광군 4-H 활동과 영광농업대학 청년농업인CEO과정 교육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영광군의 농업을 움직이는 큰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고윤자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팜브로가 빠른 시간 내 모임체의 규모를 확장하고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로 적극성을 꼽았다. 모임체 활동을 우선순위에 두고 매주 1회 이상 모여 농업과 농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찾아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팜브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는 팜브로를 포함해 지역 청년농업인이 독립 경영체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 연구회 육성, 시기별 맞춤형 시범사업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문 경영 능력을 갖춘 청년농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광농업대학에 청년농업인CEO과정을 신설했다. 3월부터 6개월 간 총 15회 교육, 12일의 현장 견학을 성실히 마친 46명의 청년농업인들은 지난 9월 청년농업인CEO 과정 첫 졸업생이 됐다.

고 소장은 교육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동아리 지원사업,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 등 청년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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