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동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통계, 추진된 정책 성과 평가 지표

통계 부실·부재, 정책 실패 이어질 가능성

수산통계 빈 구멍 채우기 위한 내실있는 논의 본격적으로 이뤄지길

 

“지난해 농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농축산물 가격은 하락하면서, 농가 채산성이 2016년 이후 가장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채산성을 나타내는 ‘농가 교역조건 지수’는 지난해 100.4로 전년 대비 12.4% 하락하며 2016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이 기사는 올해 초 여러 언론에 보도된 뉴스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기사에 언급된 농가의 채산성은 통계청의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를 통해 분기별 또는 연도별로 파악할 수 있다. 농가판매가격지수는 농업 경영활동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축산물 총 72개 품목, 농가구입가격지수는 경영체의 소비생활과 경영활동에 투입된 421개 구입품의 가격지수로 만들어진다. 판매가격지수를 구입가격지수로 나누면 농가의 교역조건지수, 즉 채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종합지표가 산출된다. 이 조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1956년 농업은행의 ‘지방물가조사’에서 시작되었으며, 1993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지수’로 개칭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농가경제를 가격 측면에서 분석하고 진단하는 데 이용되는 중요한 기초통계다. 
 

그런데 수산물을 생산하는 어가의 채산성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국민 식생활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농축산물의 가격과 생산에 투입된 농자재 가격까지도 조사되는 만큼, 수산물도 관련 통계가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없다. 통계청의 ‘어가경제조사’에서 어가소득, 어업경영비 실태를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는 있다. 다만 어가경제조사는 전체 어로어가와 양식어가의 경영실태를 보여줄 뿐 품목별로까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또한 어가가 판매한 수산물의 가격과 생산에 투입된 자재의 가격 변화까지 조사하지는 않아 채산성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농가의 채산성은 좋아졌는지, 악화되었는지 교역조건지수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나, 어가의 채산성 변화는 현재의 통계기반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비단 ‘어가판매 및 구입가격지수’만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해면양식업을 통한 수산물 생산량 비중이 전체 생산의 63%를 차지하고 있는데, 양식수산물의 경영실태를 진단할 수 있는 품목별 생산비 통계도 없다. 과거 수협중앙회에서 양식어업 경영조사 결과를 2015년까지는 제공했으나 이후 조사가 중단되었다. 필자가 판단컨대, 양식수산물 생산비 조사야말로 수산부문에서 가장 시급하게 국가승인 통계화가 필요한 분야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업부문의 생산비 조사는 농산물이 1962년, 축산물이 1999년, 임산물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품목에서 생산비를 조사하고 있다. 농축산물은 통계청에서, 임산물은 산림청에서 이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통계의 기본은 생산요소의 투입(input), 그리고 생산을 통해 얻는 산출(output)의 물량 및 금액적 가치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산물을 팔아 얻는 수입에서 중간재 투입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부가가치나 소득, 순이익의 창출 수준을 알 수 있다.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 생산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생산의 투입구조에 대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수산부문은 어업생산에 대한 통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으나, 생산요소 투입과 관련된 통계가 대단히 취약하다. 이는 심각한 정책통계의 부재요, 중요한 산업통계의 공백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뿐만 아니라 수산정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도 농업과 비교하여 어업에는 없는 통계의 부재를 인식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통계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사실 수산부문 통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 왔다. 과거에 해양수산부에서 산학연정정이 모인 ‘수산통계 개선 TF’도 운영하며, 수산 관련 통계의 문제점 개선, 신규 통계 발굴을 논의했으나 다른 중요한 정책 이슈에 묻혀서인지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통계는 정책을 합리적인 근거 하에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며, 추진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통계의 부실과 부재는 정책의 실패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수산통계의 빈 구멍을 채우기 위한 내실 있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