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 데이터로 말하는 시대여야...노하우 쌓아 공동브랜드 출시 '꿈'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가물면 평소보다 물을 좀 더 주라는 식의 농업은 이제 끝났어요. 농업도 이제는 데이터로 말할 수 있어야 하죠.”

미래 농업의 정답을 데이터에서 찾고 있는 천안시 4-H연합회 시설원예분과. ‘보다 정교하게 농사를 지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나가는 이들의 꿈과 열정을 엿본다.

 

# 농업, 데이터로 말하는 시대 만들어야

천안시 4-H연합회 시설원예분과(이하 시설원예분과)20세부터 39세 사이의 청년농업인 20명이 활동하고 있는 모임체다. ‘시설원예라는 키워드 하나로 모였기에 회원 각각의 재배 작물은 토마토, 딸기, 멜론, 엽채류 등으로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벌써 4년째 활발한 모임 활동을 이어가며 단한 단합력을 보일 수 있었던 건 회원 모두의 목표와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이다.

기성 세대의 농업은 개인의 이해도와 직관 등 주관적 기준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령 어제 날씨는 어땠어?’라고 물으면 맑았다’, ‘흐렸다로 대답하는 식이죠.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생산비로 최대의 결과물을 내려면 농업을 데이터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린 그런 농업을 꿈꾸는 거에요.”

김길용 시설원예분과 대표는 모임체의 지향점을 데이터 농업이라는 키워드로 명확히 설명했다. 정성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자연 현상을 수치화된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판단으로 농업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햇볕이 잘 든다정도가 아니라 식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광도(빛의 세기)와 누적광량(누적된 빛의 양)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농업이 돼야 한다시설원예는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기술력에 따라 수익과 생산량 등에서 최대 4~5배까지도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정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설원예분과 회원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함께 시설원예 농업의 기초를 쌓고 활발히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에 의한 환경제어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물리학, 생리학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많지만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시설의 구조와 환경제어 원리를 알아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공통된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면 기술 축적 속도도 빨라지고 기술 공유도 간편해질 것이라며 아직은 시설원예분과 자체 교육과 정보 교류 정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전문가를 초빙해 제대로 배우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길용 시설원예분과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회원 농가에서 황혜림 주무관(가운데)과 함께 시설재배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
김길용 시설원예분과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회원 농가에서 황혜림 주무관(가운데)과 함께 시설재배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

 

# ‘다름에서 문제 해결의 힌트 얻어...공동 브랜드 출시

회원들은 모임체 활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여럿이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시설원예 분야에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회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000만 원을 들여 환경제어프로그램을 도입하고도 제대로 기능을 알지 못해 100만 원 가치만도 못하게 활용하던 농가가 있었어요. 귀찮을 법도 한데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오로지 해당 농장의 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어요. 모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죠.”

회원 중 대형 온실을 지어본 경험자가 여럿 있어 새로이 시설을 짓거나 확장하는 데에도 집단지성은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 본인도 대학원에서 시설원예를 공부한 전공자여서 가능한 많은 조언을 하고 함께 공부하며 방향을 잡아나간다.

김 대표는 이렇게 서로의 농장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내세웠다. 회원들의 재배 작물이 각기 다르지만 오히려 다름에서 새로움을 얻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작물이 달라도 기본적인 작물생리와 환경제어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토마토 재배 기술을 멜론 농가에 도입해 기존보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초를 제대로 다져나가며 많은 경험을 하다보면 우리 회원 농가들이 각 품목별 선도 농업인으로 성장해 지역 농업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시설원예분과에는 농사 경험이 짧은 초보 농업인들이 많다. 아직 생산물의 품질 격차도 크고 안정화되지 않아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향후 재배 기술이 향상되고 노하우가 쌓여 안정적으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가능한 때가 되면 공동의 브랜드를 만들어 출하하는 꿈도 꾸도 있다.

김 대표는 시설원예 분야가 공부할 게 굉장히 많다모임체가 아직 구성된 기간도 짧고 개개인의 역량 강화도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금처럼만 해나간다면 분명히 크게 발전하고 우리가 꿈꾸는 공동 브랜드 출시도 곧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멘토 인터뷰] 황혜림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 주무관

-“미래 지향적 농업을 고민하며 역량 키워...타 모임체 본보기 될 만해

 

천안시 4-H연합회 시설원예분과의 활동 영역은 단순한 시설농업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통신(ICT)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팜 등 미래 지향적 농업에 대해서도 끊임 없이 고민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모임체의 지향점을 명확히 하고 회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타 모임체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황혜림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 주무관은 2021년부터 4-H와 청년농업인 육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 주무관은 시설원예분과는 다양한 시설원예 작물 재배 농업인이 모인터라 작기가 각기 다르고 1년 내내 농사로 바빠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농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배움의 의지를 불태우는 청년농업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뭐든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천안시 4-H연합회 시설원예분과 외에도 농업·농촌의 미래 핵심 인력인 청년농업인들의 자주적 품목모임체 육성을 지향하며 갖가지 지원들을 펼치고 있다.

황 주무관은 청년들이 자신들이 계획한 사업을 추진력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사업들을 열심히 홍보하고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앞으로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지원 사업 추진은 물론 청년농업인들이 필요한 행정적 절차들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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