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동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제사회, 수산물 가치 블루푸드로 재조명

수산 식문화 소멸은 수산업의 암울한 미래

미래식습관 형성하고 어촌문화 유지 위해 수산물에 대한 체계적 식생활교육 시급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수산물 섭취가 많았다. 서양에서 큰 물고기를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종류와 크기를 불문하고 다양한 어패류와 해조류를 먹어 왔다. 수산물 요리법도 회, 국·탕·찌개, 조림·찜, 구이에서부터 볶음, 무침, 젓갈과 같이 너무나 다양하다. 프랑스를 ‘미식의 나라’로 치켜세우지만 수산물만큼은 우리나라가 그 타이틀을 가져올 자격이 충분하다. 사실 수산물이 빠진 한국의 식문화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산물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수산물에 대한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이 감소하는 것이 그 증거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지출액을 살펴보면, 수산물은 2006년 6만4277원에서 2022년 3만7607원으로 감소세가 매우 가팔랐다. 같은 기간 곡물 지출액도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육류와 육류가공품 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편의성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인해 가정에서 곡물과 수산물을 덜 먹는 대신 육류를 많이 먹고 있음이 공식통계를 통해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수산물 소비 기피 현상은 더 우려스럽다. 청소년들이 학교급식 수산물을 좋아하지 않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산물 특유의 향과 비린내, 먹기 불편함, 맛이 없다는 인식, 품질·안전성 문제 등 개선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급식에 이용되는 수산물의 품질 개선, 청소년 입맛에 맞는 급식용 수산식품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수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식생활교육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식생활교육은 농산물, 농업, 텃밭 체험 중심이었으며 수산물, 어업, 어촌을 소재로 한 내용은 찾기가 어려웠다. 필자가 올해 초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연구를 수행하며 전국 영양교사 415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는 수산물 식생활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초등학교에서는 평균적으로 연간 25시간 내외의 식생활교육을 했지만 수산물을 주제로 한 교육을 1시간도 하지 않은 학교가 68%, 1~2시간 실시한 학교가 24%였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대단히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왜 필요한가?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수산물의 건강·영양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외 연구는 심혈관 건강, 우울증, 인지기능의 개선, 노쇠 예방에 수산물 섭취가 대단히 중요함을 밝히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 탄소중립 시대에 수산물의 환경적 기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도 수산물이 축산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토지와 수자원을 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식량 생산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음에 따라 수산물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식품임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영유아, 청소년기 미각 형성과 전통 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산물 체험, 미각 교육이 미래 식습관을 형성하고 어촌문화 유지,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의미는 작지 않다.

국제사회가 수산물의 가치를 블루푸드(Blue Food)로 재조명하는 현시점에서 수산물 식생활교육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수산물에 특화된 식생활교육 프로그램과 교재·교구도 개발하고 교육을 전담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현재 이런 교육기반이 너무나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갈수록 가정에서 수산물을 먹지 않는 트렌드가 보편화된다면 머지않아 한국의 수산 식문화, 수산물 전통요리가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단순한 기우일까? 수산 식문화의 소멸, 이것은 수산업·어촌의 암울한 미래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산물 식생활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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