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역 사육밀도 완화하고 계열농가 권역별 관리 의무화 필요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규모면에서 2008년 이후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과 농가의 차단 방역이 선방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년간 발생한 AI로 생산농가 등 오리 산업 전반이 반토막 나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산업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다. 겨울철 오리사육제한으로 오리 농가는 반으로 줄었고 오리 사육 마릿수도 대폭 감소했으며, 그사이 오리가격은 폭등하면서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이에 한국오리협회는 새로운 수장을 맞고 오리 산업 재건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기지개를 펴고 있는 오리 산업, 재도약할 수 있을까. 오리 산업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 피해 규모는 적어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고흥 오리 육용오리 농가에서 첫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22일 기준 가금농장에서 31건 발생하면서 전년 75건보다 60%가량 줄어들었다. 31건 중 오리에서는 종오리 농장 2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번 AI로 69호 농장에 대해 360만5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육용오리 47만4000마리와 종오리 2만1000마리 등 총 49만5000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에 474호 2893만8000마리, 2021년에 80호 7117만7000마리, 2022년에 132호 627만6000마리로 매년 살처분 마릿수가 줄어들어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AI로 살처분된 가금 마릿수는 절반 정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1년 예방적 살처분 방역대가 3km에서 500m로 변경된 데 이어 각 지자체에서도 방역 관련 지침들을 변경하면서 살처분 마릿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가금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AI가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의 집중 방역과 농가의 적극적인 차단 방역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오리사육제한으로 올해만 1052만 마리 오리 생산 감소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I 예방 차원에서 실시한 오리사육제한은 올해까지 6년째 시행되고 있다. AI 발생지역과 중점방역관리지구 등 위험지역 내 위치한 오리 농가 200호 이상에 대해 매년 겨울철 4개월간 사육제한을 실시한다는 것이 오리사육제한의 골자다.

문제는 당초 정부가 제안한 오리사육제한은 전국의 3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지자체가 추가적으로 사육 제한을 실시하면서 특히 올해는 사육제한 오리 농가가 300호를 훌쩍 넘겼다.

실제로 올해 농식품부가 사육제한으로 설정한 농가는 전국 164농가로 290만 마리가 사육제한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각 지자체가 사육제한을 추가로 실시하면서 149농가가 사육제한을 추가 실시, 올해 사육제한에 참여한 농가는 약 313호 농가에 달했다. 이로 인해 사육제한을 당한 오리 마릿수는 526만1000마리로 사육제한 기간 4개월 동안 2회전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52만 마리의 오리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오리고기 도매가격 70% 이상 올라, 소비자 피해 초래

오리사육제한이 실시되고 있는 와중에도 오리에 대한 방역 조치는 갈수록 강화돼 일제 입식과 출하,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의무화 등이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연도별 12월 기준 오리 사육 농가수를 보면 2012년 852농가에서 2022년 338농가로 약 60%나 줄었다. 지난 10년간 폐업 또는 닭으로 전업한 오리 농가수는 514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오리 농가 감소세는 2017년 오리사육제한 실시로 더욱 가팔라져 사육제한실시 이전인 2016년 556농가에서 2022년 338농가로 6년 만에 40%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오리협회는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보상금 예산이 매년 약 100억 원이 소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육제한으로 인한 공급량 부족과 오리고기 가격 폭등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10월 755만8000마리였던 육용 오리는 지난해 4월 572만2000마리로 6개월만에 23%가량 줄어들었다. 그 사이 오리고기 도매가격은 급등했다. 2022년 10월 kg당 4280원이던 오리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4월 7316원으로 70% 이상 올랐다.

오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육제한에 따른 오리 계열업체 6년간 매출감소 피해액이 약 35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특히 사육제한과 더불어 예찰 지역 내 오리 입식 금지와 종란 폐기, 사육제한 등의 방역 조치로 오리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오리고기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현장서 AI 대책 개선 지속적으로 제기

오리업계에서는 AI 방역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 음성판정을 받은 예방적 살처분 농가의 매몰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는 것으로 조속하게 조정하고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폐업희망농가에 대해 폐업지원을 실시함으로써 AI 위험지역의 사육밀도 완화를 통한 AI 예방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상시 예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발생 시 전국단위의 역학, 계열 농가의 잦은 검사와 과잉 방역이 농가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어 특별방역기간에 계열 농가 권역별 관리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계적 질병 전파를 예방하고 역학 관련 검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장 농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질병 발생 시 이동승인서 유효기간 변동으로 현장방역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어 이동승인서의 유효기간을 시료 채취일로부터 7일 이내로 일원화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북도의 한 오리농가는 “방역대검사, 일제검사, 출하검사 등 중복검사로 축산농가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고 검사하러 들어오는 사람으로 질병 전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더욱 많다”며 “질병 발생 시 위험도 평가에 따라 고위험군에 한정해 일제검사를 추진하고 중위험군 이하는 간이 키트 검사를 적극 활용하는 등 탄력적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별인터뷰] 박하담 한국오리협회장

-오리 농가 현안 해결 위해 조직재정비 돌입…정부와 지속적 논의할 것

“오리농가의 권익향상과 AI 방역지침의 현실적 개선, 그것이 임기 중 이뤄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단독후보로 당선확정되면서 임기를 시작한 박하담 신임 한국오리협회장은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오리 농가들의 현안 해결을 위해 상근직 회장으로 체제를 전환하고 조직재정비에 돌입했다.

“계열업체와 오리 농가들의 정기적 토론회를 개최해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AI 발생농장 정상화 이후 계열회사가 일반농장보다 우대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는 등 농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우선협의하려고 합니다. 사육, 종오리, 부화 등 각각의 오리 농가들이 계열업체와 충분히 대화해 소통이 되는 오리산업의 기반을 만들 것입니다.”

박 회장은 정부의 AI 방역지침이 농가에 너무 강압적인 부분이 많아 농가 현실에 맞게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리농가들은 사육제한 등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AI 방역에 앞장서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AI 방역정책은 탁상행정에 머물렀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방역대책 전환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오리 농가와 오리 산업을 죽이는 방역정책이 아닌, 발전시키는 방역정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오리 농가의 권익향상과 권리를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펼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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